▲ 부안영상테마파크 내부 모습으로 궁궐로 들어가기 전 입구인 돈화문 앞에 공연무대 및 조명이 복잡하게 설치되어 있다. 사진 / 이서노 기자

촬영팀, “비협조에 촬영 힘들다, 다시 오고 싶지 않다”
운영업체 도깨비축제로 10억원 넘게 손실…운영 우려
“양반가·저자거리가 영상테마파크 살리는 길” 주장 나와

부안영상테마크가 최근 제 기능을 못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이곳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한 제작팀들이 부안군과 운영업체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도저히 촬영을 못 하겠다며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영업체는 내부 시설과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개최한 부안도깨비축제로 인한 손실액이 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운영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열린 부안군의회 임시회에서 박병래 의원은 “위탁 업체가 바뀌고 이쪽저쪽 시설을 하면서 영화, 드라마 제작자들이 사극을 못 찍겠다고 한다. 서너번은 들은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제작자들이 다시는 안 오겠다는 소리까지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이대로 가면 (영상테마파크는) 위락시설이 된다”고도 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촬영팀에 확인한 결과 박병래 의원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촬영팀 관계자 A씨는 “촬영하기 너무 힘이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A씨는 “부안군과 협의를 했고, 공문까지 받았던 상황인데도 업체에서는 밥차 사용을 못하게 해 세트장 내부의 식당을 이용하라고 해 어쩔 수없이 그렇게 했다”며 “문제를 제기해도 부안군은 현장에 나와서 확인해 보지도 않고 업체에 전화만 걸어 이런 일이 있었느냐고만 한다. 그러면 업체에서는 군청에다 고자질 하느냐고 얘기를 하니까 업체와의 갈등만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부안군의 안일한 행정을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운영업체에서 준비한 프로젝션 맵핑(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 공연에 방해된다고 촬영조명을 끄라고 하는가 하면, 촬영팀에게 LED조명도 ‘너희들이 떼고 너희들이 달아라’고 했다는 것이다. 촬영 대관료까지 내면서도 이런 대접을 받은 사실이 공중파 방송3사를 비롯한 종편과 영화 쪽 제작팀에도 알려지면서 부안이 촬영 기피지역으로 꼽히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많은 업체가 촬영차 부안으로 답사를 왔지만 운영업체 등의 태도를 보고 돌아섰고, 촬영할 곳이 못 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영화나 드라마 제작업체들이 하나 둘 경북 문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운영업체는) 관광객 위주이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차라리 문경에서 찍는 게 낫겠다고 한다”면서 “문경은 촬영팀이 원하는 대로 해준다. 밥차, 주차를 비롯해 관광객이 오면 통제를 촬영팀에게 맡긴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해명에 나서, 궁궐에 LED조명을 설치한 것에 대해서는 곧바로 철거 조치를 요구했고, 업체에서 맵핑공연을 한다고 촬영팀에게 조명을 꺼달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촬영팀이 조명을 꺼달라고 해서 바로 꺼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에서 촬영팀에게 LED조명을 알아서 하라고 한 부분은 “촬영이 끝나고 촬영팀이 얘기를 해줘서 알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업체에서 잘못을 한 것이다. 그래서 곧바로 제재 조치를 했고, 업체에서 직접 하도록 지시하고 공문으로도 보냈다”며 운영업체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문제를 제기해도 부안군은 현장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와전된 것 같다”며 “촬영팀이 하소연을 해서 사무실에서 3자 대면을 했다. 10이라면 운영업체가 7을 양보했는데 촬영팀은 1도 양보를 안 하려고 해서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밥차와 주차문제에 대해서는 “밥차나 주차 문제는 계약 조항에 없고 행정에서 강제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좋지 않게 흘러가면서 해법으로 궁궐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세트장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촬영팀들과 오랜 친분이 있는 숙박업소 대표는 “이미 소문이 많이 나서 웬만하면 여기를 피해가려고 하는데, 이것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부안군이 나서서 문경처럼 저자거리와 양반가를 지어야 한다”면서 “궁궐이 크게 갖춰진 곳은 부안밖에 없다. 시설만 제대로 갖춰지면 아쉬워서라도 온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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