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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잼버리대회를 앞둔 우리의 자세

“네 꿈을 그려봐”

6년 후 부안 땅 일부는 도화지가 된다. 그리고 세계 청소년들이 12일 동안 제각각의 모양과 색채로 자신의 꿈을 그리게 될 것이다.
부안이 지난 달 2023세계잼버리대회 유치를 확정했다. 군민들 반응은 대체로 둘로 나뉜다. 부안 발전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거라며 사뭇 반기는 쪽과, 현실적으로 별 도움도 안 되면서 정치인들 치적 쌓기 놀음에나 이용될 거라는 비판론자들, 두 부류다.
먼저 발전을 기대하는 쪽에서는 부안 읍내를 비롯해 면단위까지 ‘환영’ 현수막을 펄럭이며 새만금 개발사업이 급진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300만평의 광활한 벌판에 부안 인구와 맞먹는 5만여 명의 청소년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인 만큼, 관련 기반시설 건설에만도 수백억이 투입될 것이고 이는 곧바로 부안 경제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부응하듯 전북도청은 이번 대회의 경제적 효과를 전망하는 자료를 발 빠르게 내놨다. 생산유발효과 796억원, 고용유발효과 1054명, 부가가치 유발 약 293억원 등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뿐만 아니라 도로 확포장과 환경개선 등 지역발전과 국내 예술, 공연, 체육 등 다양한 문화발전 촉매가 될 것이며, 국가의 국제적 지위와 신뢰도도 크게 향상돼 외교적 수교 효과도 있다는, 환영론자들의 입맛에 꼭 맞는 분석까지 친절하게 덧붙인다.
그 뿐인가. 때맞춰 이낙연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분주하게 새만금 현장을 방문해 ‘전폭 지원’ ‘조기 구축’ ‘예산 확보’ 등 귀에 익숙한 약속들을 쏟아내면서 환영론자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놓는다. 잼버리대회가 부안군민은 물론 전북도민의 숙원인 새만금 개발을 획기적으로 촉진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바램은 급기야 기정사실이 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한낱 청소년 야영대회인 잼버리대회가 부안과 새만금 발전을 대체 어떻게 견인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라면 각종 경기장과 체육시설, 선수촌 건설 등 최대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잼버리대회는 애들끼리 벌판에 텐트 치고 야영하는 게 주요활동이다 보니 대규모 SOC자금은커녕 무슨 경제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또 유치활동 과정에서 일부 가난한 나라에 항공료와 체재비 지원을 약속한 탓에 외려 상당한 적자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 고용유발효과 면에서도 관련 일자리 대부분이 임시직에 불과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의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새만금 개발 반대여론을 억누르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두 가지 주장 모두 나름의 일리는 있다. 그런데 이 두 여론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관점’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다시 말해 잼버리대회가 정치인의 구호처럼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기능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주장은 둘이지만 사실은 한 몸에 불과하다. 잼버리대회가 세계야시장대회나 장똘뱅이경연대회도 아닌데 우리는 왜 ‘경제적 효과’라는 주판알부터 튕겨야 할까.
“세계잼버리대회에는 14∼18세의 스카우트 대원을 중심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단이 참가한다. 이들은 야영생활을 하면서 국제 우의를 드높이고 형제애를 북돋운다. 피부색·종교·언어를 초월하여 세계잼버리의 각종 행사와 과정활동에 참여하여 개척정신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고, 심신의 조화 있는 발달을 꾀함으로써 자아실현을 도모하여 국가 발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잼버리 정신을 경험하게 된다.”
인터넷을 잠깐만 뒤져봐도 세계잼버리대회는 그 나름의 중요한 목적을 갖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심한 탓인지 무지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우리는 본질은 제껴 놓고 돈이 되느니 안 되느니 껍데기스러운 입씨름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말하자면 잼버리대회를 유치한 도시와 그 도시민들은 대회를 빌미로 ‘경제유발효과’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다 가도록 아낌없는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으로 그런 마음가짐도 없이 그토록 애면글면 유치노력을 했다면 남의 집 상가에 가면서 경건한 조문이 아니라 고스톱판에 침을 흘리는 심뽀나 다를 바 없다는 뜻이겠다.
하기야 목적과 수단이 도치된 경우가 이번뿐이랴. 이명박근혜 9년 동안 ‘혼이 비정상’인 국민을 구제하겠다며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졌고, 수자원 확보를 위해 시행된 4대강사업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똥물을 만들었다. 공영방송을 짓밟아 놓고 언론 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까 고민했다는 궤변까지 나오는 지경이니······
비유가 비약된 감은 있지만, 아무려나 5년 후면 5만 명의 싱그러운 청소년들이 우리 부안에 온다. 그들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는 지금까지와는 좀 달랐으면 싶다. ‘파급효과’보다는 ‘본질효과’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일체의 상업적인 요소가 배제된 환경에서 그들이 우정을 다지고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며 세계평화를 토론하는 자리가 되도록, 부안에 오는 아이들만큼이나 우리의 자세도 맑았으면 좋겠다.

부안독립신문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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