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에 있어서 주민의 의지 대변해야”

본보는 창간 1년을 맞아 지역언론인들을 초대해 지역신문의 여러 현안과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대담을 마련한 바 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지역신문과 경영, 지역신문의 의제설정 중 선거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서 싣는다. 인터넷시대 지역언론과 관련해서는 지면사정상 부안독립신문 인터넷판에 싣는다. -편집자주

▣ 지역신문과 경영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장호순: 다음 주제로 지역신문의 경영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앞에서 지역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바와 같이, 지역사회의 토호세력들이 지역사회의 경제기반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고, 행정관청을 통해 나오는 재원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들을 적대적인 세력으로 놔두고는 신문을 경영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지역신문은 광고시장이 좁은데, 오늘 모신 두 신문은 경영 측면에서 다른 신문보다 안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경영상황이 어떤지, 비결이라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달라.

김광석: 지역의 생활정보지들이 광고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신문이 광고를 따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신문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편집을 본다면, 편집국은 경영 앞에 나서는 공격수라고 할 수 있다. 보도에 있어서 독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보도를 많이 해야 한다. 공격수가 앞에서 밭갈이를 잘 해놓으면 뒤에서 고구마를 줍는 팀이 있어야 한다. 축구로 치면 경영은 수비 진영이 될 것이다. 아무리 보도를 잘 하더라도 뒤에서 쫓아가며 고구마를 주울 사람의 마인드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실제로 경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조주현: 옥천신문 같은 경우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서를 내면서 내부 평가를 받는 기회가 있었다. 유료독자 70%로 ABC협회에서 나름대로는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는 구독료에 대한 비중을 많이 뒀다. 그렇게 비중을 둬도 50:50의 비율(광고와 구독료)을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매체가 다양화되고, 젊은 세대들이 지역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과연 지역신문의 생명력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옥천이 부안보다 인구가 약간 적다. 또한 대전이 바로 5분 거리에 있다. 옥천은 가구시장에서 침대를 안 판다. 신혼 부부들 대부분이 이런 물건들을 대전에 가서 사기 때문이다. 그만큼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광고시장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광고 인력을 늘린다고 해서 광고가 들어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김광석: 풀뿌리 언론은 광고도 풀뿌리 언론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해 신문은 결혼식, 돌잔치, 부음 등 애경사 등의 생활광고들이 많다. 예를 들면, 누구네 집 자식이 박사학위를 땄는데 여러 군데서 축하광고를 한꺼번에 내는 등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다. 물론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확신은 없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애경사에 관한 내용은 공동체가 발휘할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광고라고 생각하며, 보다 더 많이 개발했으면 한다.

조주현 옥천신문 편집국장
조주현: 부안의 광고시장이 힘들다고 하지만 옥천보다는 나을 것 같다. 남해는 참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인적 네트워크의 광고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반면 옥천은 충청도 성향이 짙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쑥스러워서 못한다고 해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앞으로는 기업들도 지역이나 국가에 그것이 이윤이든 또다른 무엇이든 환원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몇몇 기업들도 사실 사회환원을 많이 하고 있다. 지역신문에까지 대기업 광고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그런 의미를 기업들에게 부여해주고 싶다. 지역신문의 역할이나 중요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안내서나 옥천신문을 홍보할 만한 자료들을 만드는 등 그런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장호순: 신문사가 경영이 제대로 돼야 주민들의 알권리도 보호해주고 지역사회 공익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경영을 위해서 신문이 가야할 정도를 버리고 가라는 것은 아니다.
경영을 잘 하려면 신문사 내의 시스템이 경영 효율적인 조직이어야 한다. 신문사의 인적 구조나 공간구조, 업무 등이 최대한 효율성에 맞춰져야 한다. 그럴려면 경영전문가가 필요하다.
매일 발행되는 생활정보지와 일주일에 한번 우편으로 발행되는 주간 유료 지역신문은 광고효과에 있어서 비교가 안된다. 유통광고를 가지고는 경쟁이 안된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느냐? 지역사회 커뮤니티 광고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앙일간지 보면 동정란이 있다. 모든 신문이 다 있다. 굉장히 주목도가 높다. 지역에서도 주민들의 작은 행사들을 모을 필요가 있다. 1년, 2년 정도 지나면 지역사회에서 완전히 수용된 다음 광고를 시작할 수 있다.

▣지역언론과 선거보도

장호순: 지역신문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주민자치를 하는 데 있어서 주민들의 입이 되고 의지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 선거에 있어서 신문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지역신문이 가장 큰 영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때가 선거, 특히 지자체 선거 때이다. 전국 언론이나 다른 외지 언론, 도단위 언론이 다룰 수 없는 해당 지역주민들의 의사와 후보자를 다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기회가 4년에 한 번 주어진다. 선거에 있어서 미디어가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그리고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조주현: 지자체 선거 보도에서 기본 틀은 ‘공정한 링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 속에서 반칙하는 사람은 게임에서 끌어내릴 수 있도록 옥석을 가려줘야 한다. 옥천신문의 경우 최근에 ‘나에게는 선거법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후보자 중 한 사람인데 선거법을 지키지 않아 그동안 수차례 문제가 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필히 끄집어내야 한다고 본다.

김광석 전 남해신문 국장
김광석: 이번 선거가 선거제도 상으로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전에는 소선거구제였는데, 이번엔 중대선거구제로 바뀌었다. 우리 지역의 실정을 보면 각기 정치세력들이 바뀐 선거제도에 어떻게 적응할지 몰라서 아주 혼란스럽고,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각 정치세력은 이 선거에서 어떻게 이길까, 세부적인 분석에 들어가 있는 시점이다. 선거에 대한 보도도 지역주민들이 선거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으로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안의 경우 핵문제 이후 내년 선거에서 한 차례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내용적으로는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도 정리해나가는 시점이라고 할까.

조주현: 기존의 선거보도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경마식 보도나 흥미위주의 보도는 피해야 한다. 후보자 개인의 신상이나 가족사보다는 후보자가 갖고 있는 정책이나 의제를 끌어내야 한다. 큰 틀에서는, 우리가 발굴하는 의제가 아니라 주민들이 이야기하는 의제를 갖고 앞으로 계속 선거가 있을 때까지 후보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주부나 상인, 농민 등 일반 유권자들의 바람을 릴레이식으로 실었던 적이 있다. 또한 몇 가지 지역현안에 있어서 토론이나 대담을 기획한 적도 있었다.
지역신문의 딜레마 중 하나가 지자체 선거에 대한 지역민들의 무관심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다.

장호순: 조국장님이 선거에 대한 참여에 대해 말씀하셨다. 지자체 선거가 투표율이 가장 낮다. 그 원인은 언론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개인이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보와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보를 입수하는 계기가 생기고 그것이 나와 관련 있어서 관심이 있다는 것을 판단하게 되고, 그 다음에 어느 행사의 참여나 투표를 하게 된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다. 반면에 지역단위의 선거나 보궐선거 등은 거의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관심이 생길 여지도 없이 자연히 참여를 안하는 것이다. 정보와 관심 없이 참여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지역신문이 평상시에 얼마나 지역주민들에게 지역에 관한 정보, 주민이 관심있어하는 정보를 주는가가 중요하다. 실제로 군의원이나 시장, 군수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도시계획을 어떻게 하느냐, 쓰레기장을 어떻게 하느냐 등등. 그런데 이것을 설명해주지 않고 정보를 주지 않으니까 군수는 누가 되든지 나와 상관이 없나보다 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이 적극적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 그런 틀을 깨지 않으면 결국 지방선거 자체가 정당성을 잃을 정도로 취약해진다. 선거참여율도 낮아지고. 선거 참여를 높이기 위해 지역신문들이 평소에 적극적으로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독자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산시켜가야 한다.

김광석: 남해신문은 바른지역언론연대 연수를 통해 배웠던 것을 보도에 적용하려고 애썼던 신문이다. 장호순 교수가 이야기했던 퍼블릭 저널리즘에 대한 방식으로, 지역의제를 드러낼 수 있는 포커스 그룹을 만드는 방법을 시도했다. 신문이 직접 의제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내 각계 각층의 유권자들에게 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주민들이 정해주는 질문을 모아서 대신 던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문제뿐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도 다룬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때 이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장호순: 선거보도가 초점을 잡지 못하고 매우 산만하게 가면, 여러 가지 정보들이 체계화되지 못하면 독자들은 혼란스럽게 받아들인다. 무슨 얘기냐. 내가 어떤 판단을 해야하는데 여기저기서 많은 정보들이 정리되어 들어오지 않으면 독자들은 짜증나고 혼란스럽다. 여러 가지 정보를 잘 정리해서 보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어느 신문이든 10가지 정도의 이슈, 즉 4년동안 해결해야 할 10가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그것을 4년동안 주민들에게 부각시켜주고, 후보자들이 나오면 그것을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당선이 되면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감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도 비교적 그 정보를 통해 판단을 쉽게 할 수 있고 후보자들도 오만 잡가지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신경써서 공약을 내세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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