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산을 넘는 상술재 길을 올 8월 29일에 학생들과 걷다가 깜짝 놀랐다. 길을 따라 붉은 기가 꽂혀 있는 것이다. 붉은 기는 새롭게 길을 내거나 길을 넓힐 때 꽂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얘기로는 3미터 넓이로 길을 낸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청우실고 옆쪽으로 넓은 길이 났더만 상술제까지 찻길을 연결하는 것은 아닌지 크게 걱정이 됐다. 왜냐하면 상술재는 성황산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옛길이기 때문이다.
많은 길들이 시멘트로 포장되고 넓혀졌지만 성황산의 몇 군데는 흙길이 남아 있어 옛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길을 애써 찾아 걷는다. 향교 뒷길인 상술재는 오랫동안 행안면·동진면·계화면 사람들이 부안읍을 오갈 때 이용했던 길이다.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풀꽃 내음을 맡으며 학생들은 상술재를 넘어 읍내 학교를 다녔고 반공일(토요일)에는 여유가 있으니 하교 길에 쉬면서 얘기  꽃을 피우기도 하고 길옆 넓은 풀숲에서 여럿이 모여 씨름도 했다. 농부들은 장터에서 물건을 사거나 소를 끌고 이 길을 넘어 우시장에 팔기도 하고 집에서 키울 송아지를 사서 몰고 가던 길이기도 하다.
부안은 현재 옛길을 없애고 반듯하고 넓게 내는 데 열중이다. 그러다 보니 부안읍내 골목길이 많이 사라졌다. 마치 70년대의 새마을 사업하면서 많이도 들었던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 ’ 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나는 것은 필자만일까. 70년대 새마을 사업은 시멘트로 흙길도 포장하고 자기 땅을 양보해서 경운기라도 다닐 수 있도록 울력으로 마을길을 넓혔다. 지금 부안에서 이루어지는 골목길 넓히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민원일 것이다. 개인의 민원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공공의 이익과 역사의 자산이라는 점에 부합되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전주에서는 한국전쟁 후에 구호물자를 나누어 주던 옛길 250여 미터를 복원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부안에도 얼마든지 이런 아이템은 넘쳐난다. 부안읍내를 걷고 싶은 도시로, 부안을 찾은 관광객이 읍내에서 하루 정도 묵으면서 이곳저곳을 걷고 길거리 쉼터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울 그 날을 그려본다.
도시 재생은 기존 도시의 문화, 경제, 주거지로서의 역할을 파괴하지 않고 도시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도시 기능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부안에도 지역에 맞는 도시 재생사업으로 부안읍내를 활성화시키고 문화 도시로 갈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옛길에 대한 애정을 갖고서 미래에도 좋은 역사유산이며 희망이 될 수 있도록 5년 후, 10년 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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