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화합은 벽화 지우기와 말도 안되는 현수막으로 이뤄지지 않아


얼마 전 일이다. 주산면 총무계에서 반핵대책위 몇 명에게 ‘아름다운 소재지 가꾸기’ 사업에 대해 상의할 일이 있다며 연락이 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름다운 소재지 가꾸기’는 허울에 불과했다. “승리자의 아량을 베풀어서”, “명절맞이 주민화합의 차원” 등의 말들을 사용하며 반핵벽화를 지우자는 것이었다.

반핵대책위 위원장님을 비롯 대책위 사람들은 “김종규가 사죄하고 퇴진하면 지운다”, “보기 흉한 내용이 아니니까 그대로 놔두자”, “그림 지우는 것으로 화합이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지운다” 등등의 얘기를 하며 지우지 말 것을 강력히 주장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반핵벽화가 모두 지워지고 말았다. 한 집만(아마도 그 집은 무서웠던 모양이다) 남겨두고 그것도 한밤중에 말이다. 일이 그렇게 되자 우리는 면사무소 총무계 직원에게 항의를 했다. 그러나 그 직원은 “주산면에서는 안 지웠다, 모른다”로 일관해버렸다.

처음 지우자고 할 땐 주산면민 화합의 길이 마치 벽화를 지우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강력하게 주장하던 총무계 직원. 이 집 저 집 찾아다니며 “이웃집이 지우기로 했으니까 이 집도 지웁시다”, “다 지우기로 했습니다”는 식으로 주민들 우롱하던 그 직원이 지금에 와서는 안 지웠다고 한다. 모른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며칠 전부터 주산면 입구에는 ‘잘해보려고 한 일이었습니다만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라는 부안군 이름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것도 그렇다. 대체 누구한테 죄송하다는 말인가. 군의회에서 7:5로 부결시켰던 것을 군수 혼자, 자치단체장의 결단으로 유치신청해서 45명의 구속자, 175명의 불구속자, 1천여 명의 부상자 등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도 마치 부안군민이 그런 일을 한 것인 양 이런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단 말인가. 잘못을 했으면 “부안군수 김종규”라고 써야지 ‘부안군’이라고 써서 사죄를 한다면 진정한 화합은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일들을 볼 때 부안군수는 의회에서 부결시킨 것을 반민주적으로 과감하게 유치신청 할 때의 용기(?)를 진정한 용기라 생각할지는 몰라도 부안군수는 군민에게 진정으로 잘못했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진정한 화합이란 반핵벽화를 지우는 것도 아니요, 말도 안되는 내용의 현수막 몇 장 내거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안군민이 원하는 화합을 부안군수 김종규는 더 잘 알 것이다.

1인 시위때 군청 앞에 걸려 있던 현수막 글귀 한구절이 생각난다.
“주인배반 머슴놈은 백배사죄 퇴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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