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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사람- “가난하지만 마음은 편해요”

부안읍 옹중상리에 있는 김혜영(32)씨 집. 꽤 넓은 집 터 안에 한 식구가 먹을 만큼 소박하게 심어놓은 갖가지 밭작물이 옹기종기 보인다. 고추, 옥수수, 상추, 참외……. 김혜영씨와 두 아이 은혜(10)와 지훈(8) 그리고 아흔을 바라보는 시아버지 모두 마당에 나와 반갑게 인사한다.
무더운 날인데도 흙집이라 그런지 방 안은 제법 시원하다. 벽마다 색연필 낙서가 가득하다. 낙서의 1등 주인공 다섯 살 하은이는 어린이집에서 아직 오지 않았다.
“손님이 오는 경우는 없어요. 가끔 다문화센터 선생님들이 다녀가시고, 전에 친구들이 한번 왔었는데 가난하다고 그래서 그 후론 친구들 초대 안 해요. 집이 작고 초라하지만 우린 마음이 편하다 그래요.” 김혜영씨는 집에서 인터뷰하기 창피했다고 말을 꺼내면서도 환하게 미소 짓는다.
“결혼하고 1년 지나 아버님을 모시기 시작했어요. 사정이 있어 어머님이 애들 고모한테 가셨는데 그때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어머님이 안계시니까, 다른 집은 어머님이 반찬도 해주고, 애들도 돌봐주고. 그런 게 부러웠어요.”
낯선 나라에 온 새색시가 적응할 여유도 없이 시어머님의 부재와 함께 연로한 시아버지를 모신다는 것은, 그 어려움이 어느 정도일까?
김혜영씨는 그중 음식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음식 배울 곳이 없어 힘들었어요. 남편한테 음식 많이 해주고 싶었어요. 복지관이나 여성회관에서 배웠는데 집에 와서 만들고 버리고 여러 번 그랬어요. 맛이 없어서. 그렇게 3년 쯤 지나 먹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잘해요. 김장김치, 찌개 잘 해요. 그런데 아구찜은 실패했어요. 티비 보다가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해서 몇 번 해봤는데 맛이 없대요.”
혼자서 티비나 인터넷으로 배우다 보니 버리기가 다반사다. 시어머니의 손맛을 배웠다면 남편과 시아버지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더 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눈치다. 
“아버님 모시고 사는 거 속상할 때도 있어요. 가끔은 아버님 내다버리고 싶어요. 아버님 술 마시면 못 모신다. 알았다. 안 마신다. 나중에 다시 술 마셔요. 결혼할 때부터 계속 그랬어요. 나이가 많으시니까 서로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큰소리로 얘기하고.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속상했어요.“
내다버리고 싶다는 말에 한국말이 서툰 탓인가 했는데 ‘MBC친척나들이’라는 프로의 동영상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도 했다니, 서툰 게 아니라 김혜영씨 성격이 워낙 솔직한 탓이다.
“아버님 계셔서 좋아요. 또 남편 아버지니까. 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안계셨는데, 애들한테 할아버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버님이 애들도 잘 봐주고, 애들 올 때면 마중 나갔다 둘째 업고 들어와요. 건강하세요. 노인 사업(공공근로) 그것도 나가요. 근데 치매가 좀 있으세요. 날씨가 더울 때는 깜박하셔서, 저번에는 집을 못 찾으셔서 경찰서에서 연락 왔어요. 주공 2차 사거리를 빙글빙글 돌고 계시다고. 그때는 많이 불안했어요. 차에 치이거나 길에서 쓰러지실까봐.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연로하신 시아버지 걱정에 얼굴이 어둡다가 남편 얘기를 꺼내자 한껏 밝아진다.
“남편은 100점 만점이요. 남편은 친구고 부모님이에요. 다 알려주고 보살펴주고 이해해 주고. 남편이 해외여행을 이틀 다녀왔는데 집, 아내, 아이들이 너무 그리웠대요.” 이 말을 하는 얼굴이 소녀처럼 설레고 수줍어 보인다.
남편이 너스레로 하는 말이 아닌가요? 짓궂은 물음에 “진심으로 말한다는 거 알 수 있어요.”라는 대답 한마디.
“13년에 금목걸이 선물 너무 기뻤어요. 무슨 날도 아닌데 시집 와줘서 고맙다며 선물 받았어요. 세상에 금 안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 김혜영씨 참 꾸밈없다. 진심을 알 수 있다는 말에 감동받고 있었는데, 금이라 더욱 좋았다는 말에 웃음이 빵 터진다. 
김혜경씨는 한동안 미용실이나 네일아트숍을 운영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꿈이 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남편이 줄포에 있는 산에 집 짓고 살고 싶대요. 약초도 심고, 제 꿈보다 남편을 따르고 싶어요. 지금 중장비 일을 하는데, 돈 잘 벌어요. 근데 위험하고 안쓰러워요. 눈물 나요. 사무실에서 일하면 에어컨 있어서 시원할 텐데…….”
남편의 꿈만 아니라 김혜경씨의 꿈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이일형 수습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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