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두정은(부안읍 봉덕리)


‘가족사랑’이라는 주제에 어울려야 하는데 새삼스레 사진을 찍기도 어색해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앨범을 뒤적거리다 울컥 목이 메어 왔습니다.

가족이라는 둥지를 만들기 위해 생사를 넘나들었던 나와 아들! 이 사진은 저에게 엄마라는 이름을 허락한 큰아이의 출생 사진입니다. 당시 노산이었던 저는 자연분만을 고집했고, 긴 산고 끝에 별을 가슴에 품게 되었습니다. 탯줄만 겨우 자른 채 내 가슴 위에 놓인 아이를 보며 그저 가슴 벅찬 눈물만 흘리며 전해준 첫말, “사랑해!”

내 아이의 팔목에 엄마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가 채워졌고, 그 순간부터 나는 무의식 속에서 죽음과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제 품에 아이를 안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며칠 뒤, 이번엔 아이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엄마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면회도 되지 않는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서 내 아이를 지키겠다는 싸움은 계속되었습니다. 한 걸음도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아이도 죽음의 문턱에서 내게로 와야만 했습니다. 울며불며 시간은 흘렀고, 그토록 힘든 고통의 터널을 뚫고 아이는 내게로 왔습니다.

죽음과의 싸움 끝에 얻어진 내 아이와 가족이라는 둥지! 아이가 엄마를 불렀을 때 내 아이는 천재였고, 하나 더하기 하나를 알았을 때 내 아이는 에디슨보다 더한 과학자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저는 링컨의 리더십도, 에디슨의 천재성도 바라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며, 크게 어긋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들아! 엄마는 처음처럼 너를 사랑해. 살아가면서 세상이 네 편이 되어주지 않는 그 어떤 경우에도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네가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다 가져라. 참으로 참으로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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