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이방열(부안읍 동중리)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가족사진을 찍어두고 싶었으나 우리 가족은 부안·전주·광주지역에서 각기 다른 직업과 학업을 하고 있었기에 4식구가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가족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 네 식구는 한껏 포즈를 취하며 사진사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우리 집 싱글이(개)가 주변을 맴돌며 훼방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사진사는 개도 같이 찍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고 우리는 다섯 식구가 되었습니다.

우리 집 싱글이는 2003년 7월부터 시작된 부안 반핵투쟁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한 일원으로 저와 같이 수협 앞·부안성당·부안군청 앞 등 2년여 동안 크고 작은 시위를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싱글이는 부안의 핵폐기장 유치의 그 ‘끝’을 보지 못하고 금년 3월 21일 우리 가족이 보는 앞에서 13년의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싱글이의 죽음으로 인해 우리 가족은 얼마나 슬프고 괴로워 했던지요. 말 못하는 짐승이 우리 가족에게 남겨주고 떠난 정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우리 가족 중 아내나 자식이 불의의 사고나 병마로 시달린다면 어찌될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싱글이의 죽음은 말 못하는 짐승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부안 군민과 함께 반핵투쟁을 한 우리 가족, 하얀 싱글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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