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읍내에는 일본사람들의 집들이 솔찬히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뜯겨 나가고 개축되면서 사라져갔다. 일제강점기 본정통이라 불리는 곳에 있던 일본식 집들 절반이 사라지고 그곳에 에너지 거리가 들어섰다. 부안군청 왼쪽에 있던 마루모야[丸茂屋] 건물은 해방 후에는 부안교육청 청사로 쓰이다가 그 후로는 부안공공도서관, 지금은 리모델링으로 옛 모습을 잃고 오복청사라는 쌩뚱맞은 이름을 붙이고 맑은물사업소로 쓰이고 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주인 카마야기쿠[釜谷キク]가 여러 개의 객실을 두고 운영하던 음식점 겸 여관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이곳에서 좌담회도 열리고 접대도 하는 부안에서는 꽤 유명한 요정이었다.
부안 본정통은 조금만 손을 대면 외부인들의 답사지로, 때로는 영화촬영지로도 기능할 만한 곳이었는데 사라지고 나니 아쉬움이 크다. 마루모야 건물은 도서관으로 쓰일 때 몇 번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이곳에 일제강점기 부안의 역사자료를 모아놓는 박물관으로, 자라는 세대의 교육의 장으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군산은 일제시대 건물을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옛 건물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전주의 한옥마을도 별로 오래되지 않은 한옥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효자 관광지가 되었다. 부안읍내도 둘러보면 요모조모 관광객들이 찾을 만한 곳이 여럿이다. 그저 크게 뚫린 도로, 깔끔한 건물, 새로 만드는 거리들을 외부 사람들이 얼마나 찾을까? 이름 붙이는 것도 중요한데, 부안을 나타낼만한 이름은 얼마든지 있다. 천연기념물인 미선나무, 꽝꽝나무, 호랑가시나무도 좋다. 위도상사화, 변산바람꽃도 이름 붙일 만 하고 채석범주 등 변산팔경의 아름다운 이름들은 또 어떤가.
부안읍내를 기행하면서 꼭 들르는 일본집이 있어 소개한다. 이 건물은 군청 앞과 부안교육문화회관(옛 동초등학교) 사이에 있다. 1910년대 초에 건축한 이 건물은 오구치(野口勘次)에서 오카다(岡田)로 소유주가 바뀌다가 해방 후에는 이 적산(敵産) 가옥에 고창사람 김영묵(金永默) 의사가 무송(茂松) 병원을 열었다. 이곳에서 늑막염을 치료받은 사람 이야기며, 한국전쟁 때는 많은 부상병들이 이 곳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어른들은 증언한다.
보건소가 부안에 개설될 때, 김영묵의 무송병원에서 시작했다. 보건소를 1963년 3월에 부안읍 동중리에 신축하기 까지 이곳은 보건소로서 역할을 했다.
소개한 무송병원 사진은 오래전에 찍은 것이다. 이 집은 현재 기와가 떨어져나가고 관리가 안 되어 차마 사진을 올리기가 미안하다. 읍내 답사에서 이 곳을 처음 들르는 사람들은 묻는다. “왜, 이렇게 방치되는 가요?” “어디서 관리하는가요?”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관리는 되어야 한다. 이러한 역사적인 건물은 앞으로 문화재로 등록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곳에 깃든 역사의 무게를 생각하며 100년 넘은 이 건물이 올 여름 장마를 얼마나 견뎌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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