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쿠엔틴 타란티노는 잘 알려진 대로 비디오가게 점원이었습니다. 고객들에게 희귀한 영화를 추천하던 그는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고, 그 결과 ‘저수지의 개들’과 ‘펄프픽션’ 단 두 작품으로 선댄스와 칸 영화제를 들었다놨다 하게 됩니다. 별다른 영화이론 공부를 하지 않은 그로서는 비디오가게에서 본 수많은 영화들이 밑천이 됐을 것입니다. 영화는 그렇게 땡기는 대로 골라보고 내키는 대로 해석하면 됩니다. 그래도 친절한 안내자가 있다면 선택의 번거로움을 좀 덜 수도 있겠다 싶어, 이번 주부터 ‘영화, 내 맘대로 읽기’를 한 달에 한 번 꼴로 연재합니다. 비디오가게 점원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박해운씨가 집필을 맡았습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 편집자 말

 

폭염특보 안전 안내문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연일 메시지함을 채우고 한낮 뙤약볕만큼이나 피하고픈 게 바로 열대야인 요즘, 역사(?)속으로 사라진 비디오가게 종사자 전력을 십분 발휘해 여름밤에 볼만한, 또는 더위를 과감히 즐길 수 있는 장르불문 영화 세 편을 추천합니다.

1. 언더워터

미드 가십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독무대로 –길지않은- 러닝타임 86분의 샤크무비입니다.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가 사랑했던 섬에 홀로 서핑을 하러 온 주인공이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고 해변과 떨어진 암초에 갇히면서 주위를 계속 맴도는 백상아리와의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흥행이나 비평면에서 꽤 괜찮은 성적을 거뒀지요.
무엇보다 촬영장소가 된 호주 로드하우섬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빼어난 비경을 자랑하는데 이를 서퍼들의 놀라운 서핑모습과 함께 볼 수 있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2.  블라인드

2007년작, 벨기에 영화로 우리에겐 낯설지만 국내 네티즌평점 9점대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눈과 얼음, 두툼한 외투, 차가운 입김이 줄곧 화면을 채우고 있어 겨울 한가운데 와있는 착각을 불러일으켜요. 후천적으로 맹인이 된 청년 루벤과 그를 위해 책 읽어주는 사람으로 고용된 마리, 그녀는 어릴적 학대로 얼굴을 비롯한 온 몸에 흉터가 남아있지만 루벤에겐 그런 자신의 생김새를 숨깁니다. 사랑과 깊은 유대감 속에 마리를 온전히 믿던 루벤에게 시력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마리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지는데‥· 그 다음은 스포일러의 우려가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길.

3. 특종: 량첸살인기

각본에서부터 캐스팅까지, 그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감독이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한 작품입니다. 7년간의 시나리오 작업과 주조연 할 것 없이 어느 배역 하나에도 가벼운 배우들이 없어요. 영화는, 한밤 중 커플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마의 등장으로 시작해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과 형사들의 몸싸움, 솔깃한 제보를 받고 ‘거침없이’ 특종을 터뜨리게 되는 허무혁 기자의 고군분투를 스릴러와 코미디를 넘나들며 그리고 있습니다. <특종>을 선택함에 있어 포스터와 카피가 유일하나 치명적인 단점이라는 것이 안타깝다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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