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경 성모병원 일반외과 과장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그리고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승님들로부터 받은 가르침 중에 두 가지가 특히 가슴에 깊이 남았다. 하나는 “환자가 낫고자 하는데 방해하지만 않아도 나쁜 의사는 아니다.”이고, 또 한 가지는 “사람들이 왜 의사에게 선생님이라고 하는 줄 아는가? 의사는 질병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환자가 질병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는 직업이다.”라는 말이다.
현대 의료는 고가 장비를 이용해서 진단을 내리고, 최신 약품을 처방하고 최신식 방법으로 수술을 한다. 그런 의사를 훌륭한 의사라고 이야기 한다. 환자들도 그런 의사들을 찾아가서 진료받기를 원한다. 수많은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칼럼들은 환자들이 병을 스스로 극복하게 돕기 보다는 “당신에게 이런 증상이 있습니까? 그럼 당신은 A라는 질병일 수도 있습니다.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십시오.” 혹은 “이러 이러한 최신 기법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약을 처방하고, 적절한 시술이나 수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잘 교육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대인들의 문화가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강한 약으로 병을 이겨내면서 일상생활을 하던 대로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전에 응급실 당직을 서다보면 새벽4,5시에 응급실로 와서 감기주사를 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일하러 가는데 힘들어서 주사를 맞고 감기기운을 떨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감기 치료는 증상에 대한 치료이다. 감기약은 내 몸이 감기바이러스를 이겨낼 때까지 내 몸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갈비뼈 골절이 있으면 뼈가 다시 유합될 때까지는 무리한 힘이 주어지면 안 된다. 환자들은 뼈가 빨리 붙는 약을 원하지만 뼈가 빨리 붙게 하는 약은 없다. 부러진 뼈가 다시 붙을 때 까지는 쉬어주는 것이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
요통도 마찬가지다. 디스크, 협착증, 염좌 등 다양한 진단이 있을 수 있지만, 수술이 꼭 필요한 소수의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바른 자세로 쉬어주면 호전 될 수 있다. 문제는 환자들이 계속 힘든 일을 하면서 약이나 물리치료로 병이 낫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대상포진 치료도 마찬가지다.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내 몸에 잠복해 있다가 내 몸이 약해져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척수에서 나오는 신경 하나를 공격해서 생기는 병이다. 따라서 무리하게 일하고 나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과정에 잘 먹고 잘 자고 편하게 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나 초기에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평생 대상포진후 신경통에 시달릴 수 있으니, 약물 치료와 함께 몸을 최대한 편하게 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힘들게 일하셨네요.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조금 쉬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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