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언주 부산녹색당

원고의 제목을 고민하다가 다소 장난스러울 수는 있으나 힙합음악장르의 라임을 활용해 봤다. ‘고리’라는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정도로 고리1호기 영구정지가 기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핵발전의 위험과 부정의, 반환경적 문제를 알리고 수 십년간 싸워왔던 탈핵시민들에게 ‘고리1호기영구정지’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준 역사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다. 고리 1호기는 1971년 11월에 착공, 1977년에 완공되었고 1978년 4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만큼 당시 박정희대통령이 직접 기공식에 참여했었고 39년간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7년 6월 18일 문재인대통령이 참석한 영구정지 기념식을 끝으로 가동을 멈췄다.
‘전력은 국력’이라는 표어를 앞세워 건설된 고리 1호기가 모두에게 빛나는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1기의 핵발전소를 멈추기 위해서 핵발전소지역주민들이 감내해야 했던 아픔, 탈핵시민들의 싸움은 1기의 핵발전소가 건설되기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리 1호기 건설 부지선정으로 기장군 장안읍 일대의 마을은 집단이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주했지만 그래도 평생을 살아온 고향 땅을 떠나는 것, 함께 살던 주민들과 흩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비극이다. 고리1호기는 영구정지되었지만 고향을 되찾을 수는 없다. 마을에 있던 낮은 동산, 좁은 골목길도 되돌릴 수 없다. 수십년동안 핵연료를 식혀야 하고 안전하게 폐로할 방법을 이제 찾아야 한다. 고준위 폐기물인 고리1호기가 더 이상 방사능을 뿜어내지 않을 때까지 십만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토록 핵발전소 1기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깊고도 넓고 복합적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이번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탈핵’이라는 표현을 쓰며, 탈핵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현재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명확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후보시절 신고리5,6호기 건설백지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으로부터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시민사회계는 탈핵선언을 반기면서도 유감을 표했다. 문재인대통령의 탈핵선언 이후로 전기료폭등에 대한 기사가 각 언론사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지와 자유한국당, 원자력관련 기관들은 하나같이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사회선언이 현재 전력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전기료폭등으로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느 해보다 더위가 빨리 왔다는 올해,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21일 오후 3시 기준으로도 전력예비율이 18%다. 고리 1호기가 정지되었고 정비중인 핵발전소가 있어 17기만이 가동되는 중에도 전기는 남는 것이다. 핵발전을 확대함으로써 이득을 취했던 전력사업자, 건설업체, 관료, 전문가 등등 핵마피아에게는 문재인대통령의 탈핵선언이 달갑지 않을 것이므로 ‘전기료폭등’으로 시민들에게 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전력마피아, 핵마피아들은 핵발전 시장이 워낙 크다보니, 그 노다지를 쉽게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자력학계 교수들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적합의가 없었다며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동국대 원자력공학과 박종운교수는 21일자 경향신문 칼럼에 “원자력학계는 성명서가 아니라 반성문을 썼어야 했다”고 일갈했다. 이렇듯 핵마피아 전문가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쳐 있다.
 고리1호기는 가동을 멈췄지만 핵발전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올해 2월 수명연장 허가 무효소송 승소판결로 앞으로 가동중단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진의 위험 속에서 노후핵발전소인 월성1호기는 아직 가동 중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은 밀양송전탑과 연결되어 있고 신규핵발전소의 문제, 지진위험의 문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이미 포화상태의 핵폐기물, 이제 방법을 찾아야 하는 폐로의 방법, 폐로과정에서의 안전과 노동의 문제, 에너지정책방향의 문제까지 말이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본다. 불과 몇 년 전, 후쿠시마핵발전소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탈핵에 별 관심이 없었다. 밥상위에 올라오는 고등어의 방사능오염에 대한 두려움은 있으나 대한민국에도 존재하는 핵발전소라는 거대한 건물의 위험성,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 따위는 별로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아이러니함이 공존했다. 핵발전소에 짝퉁부품이 사용되고 수백억원대 비리가 발생했어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고 심지어 2012년 고리핵발전소에서는 중대 재난사고로 확산될 수도 있었던 전원상실사고가 은폐사건이 있었음에도 탈핵을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답이 “전기는 우짜노?”였다. 그것은 아마 핵마피아라는 거대한 이익집단이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온 핵발전 안전신화가 너무 견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녹색당은 지난 해 국정농단사태 촛불에서도 ‘탄핵하고 탈핵하자’라고 외쳤다. ‘탈핵’이 정치의 이유로 창당한 대한민국 최초의 탈핵정당으로 탄핵이후를 고민해왔다.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18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콘서트에서 “한국에서 최초의 핵발전소가 정지되는 오늘은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막고 노후핵발전소를 멈추는 시작의 날이다. 탈핵에너지전환의 시작인 날, 오늘부터 우리는 새로운 1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녹색당은 ‘탈핵, 탈송전탑, 탈핵폐기물’의 세상을 위해 다시 출발점에 섰다. 고리1호기가 우리나라 핵발전 역사를 시작했듯이 고리1호기가 탈핵역사를 시작한다고 믿는다. 생명, 평화의 탈핵세상을 연결하는 고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잘가라. 고리 1호기.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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