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5일 인천항을 출발해 진도 팽목항까지 서해안을 따라 800여㎞ 순례를 하고 있는 4·16희망순례단이 지난 18일 오후 7시 변산공동체학교에서 ‘4·16 희망만들기 좌담회 – 아이들에게 희망을’이란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박두규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설립자, 한상렬 전주고백교회 목사,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짚어보는 한편, 이를 계기로 희망의 길을 국민들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좌담회 내용을 요약해 싣습니다.            / 편집자 말

 

왼쪽부터 한상렬 전주고백교회 목사,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설립자,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 사진 / 우병길 기자

윤구병 : 세월호는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나도 책임이 있다. 대학에서 1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내가 잘못 가르쳤다. 잘못 가르쳐서 아이들을 죽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가 가르치는 목표다. 결과는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이끌고 왔다. 교육 일선에 있었던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의미는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마음에 새기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새로운 세상을 열자는 것이 바로 희망이다. 지난날 우리 머릿속에 쌓인 것은 간직하고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길은 사랑으로 열어가도록 하자. 사랑은 남녀가 눈이 맞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사’ 사랑이다. 깊이 생각하고 올곧게 즐겁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우리 생각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자. 그냥 아이들을 사랑하자. 아이들이 슬기롭게 자랄 수 있도록 깊이 사랑하자.
도법 : 단순화 시키자면 세월호는 십자가, 희망은 부활이다. 세월호는 오늘날 한국사회에 던져진 십자가다. 이 문제를 부활로 새로운 길이 열려야 한다. 그런 길, 부활의 길을 열어가야만 십자가 의미가 살아난다. 세월호라는 십자가를 희망으로 부활할 수 있도록 마음을 내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민들은 세월호를 겪으면서 유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눴다. 의미있는 것은 바로 국민들의 반응이었다. 온 국민의 마음이 모아진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온 국민이 나의 아픔처럼 내 문제처럼 반응했다. 이런 것을 한 마음이 됐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 현상이야말로 인간이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마음, 거룩한 마음이다. 어떻게 이 마음을 기억하고 가꿔내고, 삶의 문제를 풀어내는 힘으로 작동하게 할 것인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세월호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것은 나의 문제를 풀어내는 길이다. 이것을 승화시킬 수 있도록 우리들의 역량을 모아나갈 것인가. 앞으로는 거룩한 마음이 내 삶이 될 수 있도록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으로 4.16 순례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희망을 만들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일 수밖에 없다.
김승환 : 우리가 세월호 아이들에게 갖추어야 할 예의가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생각의 공유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을 우리도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누가, 왜, 우리를 죽였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일 것이다. 지난 보수 정권동안 강력한 공포정치가 구축됐고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세월호 아이들이 원하는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은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대한민국 아이들은 국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 세월호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뼈저린 교훈을 얻었고 학습을 했다.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두렵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용기를 갖고 있을까. 솔직히 걱정이 있다. 거대한 공범체계는 지금도 실존하고 있다. 이것을 깨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희망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한상렬 : 순례하는 동안 기도하는 바를 말씀 드리겠다. 걷는 것이 바로 기도다. 4·16에 몇 가지 의미를 부여해 기도하고 있다. 먼저 ‘4’는 죽을 사를 써서 사자 부활이다. 사색 치유 이런 생각도 든다. 4·16순례길은 304명을 부활하기 위한 몸짓이다. 304명 한 분, 한 분 부르면서 걷고 있다. 누굴 통해 부활할 것인가. 산 자를 통해 부활하는 것이다. 나를 통해 부활하도록 기도하며 걷고 있다. ‘1’은 일체 한 몸이다. 또 통일평화라는 생각에서 기도하고 있다. 우리사회 근본적인 모순, 적폐청산을 말할 때 분단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가 직접적으로 분단과 연결되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통일 평화 기도를 하고 있다. 끝으로 ‘6’은 육신의 혁명이다. 몸으로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의 삶을 살기 위해 내 자신부터 혁명해야 한다. 육신 혁명. 나로부터 혁명의 길을 찾는 것이다.
박두규 : 4·16 순례길을 만들어 가는 이유는 앞으로 순례길을 우리사회의 사회적 정신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다. 이 같은 고민에서 순례를 통해 우리 삶의 교훈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끊임없이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하는 담론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우리들이 함께 풍요로운 내용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 일상 속에서 교훈으로 늘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윤구병 : 세월호 참사는 교육 살인이다. 아이들에게 정답은 하나다. 교과서에 나온다는 것을 가르쳤다.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본능에 의해 세월호에서 내렸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수차례 나왔다. 그것이 정답인가보다 하고 배 안에 머물렀다. 왜 정답을 하나라고 가르치는가. 왜 이 세상의 문제에 정답이 하나뿐인가. 지금 교육이 무엇인가. 아이들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 묶어 놓았다. 그런 속에서 가르쳤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평화 교육이 필요하다. 손에 총칼 쥐지 않고 낫 들고 괭이 들고 한다면 남의 것을 빼앗지 않는다. 탐욕이 생기질 않는다. 그것이 평화로운 교육이다.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갈라진 곳에 사는 아이들로 둘 수 없다. 영세중립을 해야 한다. 지금 때가 좋다.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도록 교육을 일제히 변화시키질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나질 않는다.
김승환 : 나는 의견이 다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국가 살인이다. 교육살인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 입장에서 보면 교육살인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교육이 놓쳤던 것이 확실히 있다. 하나의 정답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 이 점은 반성해야 한다. 국가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 공동체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 부모에 대한 자녀의 신뢰, 교사에 대한 학생의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는 서로 기댈 수 있도록 만든다. 학생들이 선원의 말을 신뢰한 것이 과연 잘못인가. 일부 학생들은 선원을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세월호에서 뛰어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배에서 나온 학생들을 똑똑하다고, 안에 있는 학생들을 똑똑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문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 그만하라고 많은 이들이, 국민들 상당수가 빈정거렸다. 우리사회 희망을 피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양이 중요하다. 토양이란 무엇인가. 바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진실을 규명한다면 희망의 나무를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이다. 관료체계는 그대로 있다.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박두규 : 어떤 사건이 많은 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국가 살인이나 교육 살인이나 자본주의 탐욕에 의한 것 모든 문제가 세월호 참사에 함축되어 있다. 세월호가 바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416 이후에 앞으로 하나의 정신으로 어떻게 우리사회의 의식이 성장할 수 있는 정신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도법 : 우리가 세월호 희망을 찾아보자고 순례를 하는 것은 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본다. 이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 일을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 순례의 의미다. 이것이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대단히 중요한 힘으로 작동할 것이다.
윤구병 : 도법스님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 대한민국과 일어난 뒤의 대한민국은 갈 길이 바뀌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 분기점이었다. 도법스님이 순례길로 끌어낸 힘이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답 하나만을 가르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1년에 3개월은 자연 속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살아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세대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맑은 물, 좋은 공기, 기름진 흙 등 다 망가뜨렸다. 물려줄 것이 하나도 없다.
도법 :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국가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게 해야 한다. 그것을 소홀히 다루자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온 국민들에 의해 표현된 반응은 의미를 갖고 있다. 정부가 역할을 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적으로 그 내용을 성찰하고 다짐하면서 다양하고 풍부하고 깊게 가꿔 내는 것이 희망을 만들어내는 길이다. 개인적으로 순례하는 동안 순례에 참여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교 교육과 순례를 연결시킨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국가와 정부가 우리 삶을 책임져 줄 수 있을 것인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나머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함께 가줘야 이 문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데 집권 세력 여부에 따라 웃고 우는 것이 주인으로서 괜찮은 것인가. 의심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 이 부분은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문제다. 국민 스스로가 우리 삶의 주권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정부에 의해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 새롭게 주목하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순례 운동이 깊고 풍부하게 전개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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