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량미달의 교사 한 사람과 그를 비호했던 세력 때문에 부안 교육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제보를 통해 드러나는 실상은 가히 충격적이어서 어떻게 이런 일이 10여년 이상 자행될 수 있었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한 국가를 사적 이익집단화 했다면, 이번 사건은 배움의 터인 학교를 상식도 법도 없는 집단수용소로 전락시켰다. 이 같은 ‘적폐’의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수많은 졸업생들이 여고시절 경험으로 인한 정신적 내상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을 보호했어야 할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 사법기관, 그리고 언론은 대체 무얼 하고 있었는가, 통탄과 자책을 금할 수 없다.
부안의 자존심도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부안중고와 부안여중 설립자이자 ‘부안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영일 선생 이후 많은 훌륭한 교육자들이 지금의 부안 교육을 일구어냈다. 군민들이 살림을 쪼개 장학금을 적립하여 비록 한학기지만 올해부터 반값등록금도 실현했다. 그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으니 허망하기 그지없다. 그러자니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누워 침 뱉기 그만하자는 소리도 나오고, 전국적 망신살이 뻗쳤으니 이쯤해서 수습하자는 얘기도 들린다. 안될 말이다.
이번 사태로 체육교사 외 다른 교사들에게까지 불똥이 튄다 해도, 줄줄이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학교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다 해도, 최악의 경우 학교가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한 올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이미 경험했다. 진실을 은폐했을 때 남은 자들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얼마나 가혹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 말이다. 이번 사태 역시 두루뭉수리 덮고 간다면 부안 학생들과 부안교육의 자존심은 영영 회복하지 못하고 상당기간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학교가 저 모양이 됐는데 어느 부모가 자식을 보내고 싶겠느냐” 이 말은 곧 진실을 밝히는 일이 학교를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모든 관련자들이 다짐을 새로이 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일은 학생들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사실 몇몇 재학생과 졸업생의 용기가 없었다면 이번 일은 또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그들의 제보가 미래 부안교육의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도 보복이 두려워 입을 열지 못하는 학생들이 그들보다 더 많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그동안 맺히고 쌓인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도록 비밀이 완전히 보장된 소통창구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2차, 3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깨끗이 불식시켜야 한다. 물론 관계기관이 현재까지는 잘 하고 있다지만, 또 흐지부지 되고 보복으로 되돌아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는 이상 교육당국이 좀 더 확실한 장치를 마련하라고 권하고 싶다.
군민들도 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벌써부터 도교육청 감사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경찰 수사가 수박 겉핥기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제대로 수사 한다면서 해당 교사는 왜 당장 구속시키지는 않는지,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그런 의혹들이 그저 의혹에 그치려면 부안의 모든 어른들이 부모의 심정이 되어 사태 해결과정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비록 그 과정에서 생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건강한 아이들이 곧 부안의 건강한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모쪼록 부안 시민사회가 이번만큼은 무책임한 ‘침묵’에서 깨어나 의미있는 ‘외침’으로 방향을 바꿔주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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