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고 1학년 학생들이 지난 2일 학교 인근 논에서 손모내기를 했습니다. 기계문명에 길들여진 세대라 손모내기가 어색하고 힘들었음에도 다들 재잘거리며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의 모내기 모습과 학생들 스스로 보내온 소감문을 싣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격려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지난 2일 부안고등학교 학생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사진 / 우병길 기자

 

백정진 학생

여름이 덜 온 그래도 뜨거운 봄이었다. 우린 반바지를 입고 양말은 벗은 채로 한창 데워지는 운동장에 모였다. 인원 점검 후 모내기를 하려는 논까지 걸어갔다.
논에는 도착하고 설명도 들었지만 이전에 논에 거머리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인지 다들 논에 들어가길 꺼려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우린 신발을 벗어두고 모판을 날랐다.
이젠 들어가야 했고 나는 발을 담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러 곳에서 ‘으아아!’ 하는 비명소리가 터졌다.
어차피 들어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논에 발을 집어넣었다. 겉부분은 햇빛에 데워졌는지 따뜻했다. 하지만 조금 깊은 부분에 발이 닿자 차가움이 느껴졌고 진흙과 섞인 지푸라기가 발가락에 감기자 부드럽고 간지러운 기분이 드는 게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발은 몇 번이고 넣었다 뺐다. 그럴 때마다 ‘꾸르륵’ 거리는 재미있는 소리도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는 잦아들었고 우리는 모두 모심기를 할 대형으로 섰다.
양끝의 말뚝으로부터 뻗어 나온 못줄의 표시에 맞게 모를 심어나갔다.
우리를 지도해 주시던 농부 아저씨는 모를 심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우리를 격려 해 주셨다. 아저씨의 재미를 돋우는 구령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크진 않은 논에 150명이나 되는 사람이 들어가 모내기를 하니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약 40분 동안 모를 심자 어느새 황갈색의 논을 푸릇푸릇한 귀여운 모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들 중 일부는 모들을 보며 만족감에서 비롯한 미소를 띠었지만, 일부는 옷이 버린 것을 걱정하며 울상를 짓고 있었다.
모를 심고 남은 모들은 아깝게도 모두 논두렁에 버려졌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 때는 모두들 다리에 흙 몇 웅큼씩 달고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걸어 오는 길에 진흙은 언제 부드러웠냐는 듯이 햇빛에 금세 말라 버렸다. 게다가 학교에 돌아와 씻으려고 하니 잘 씻겨 내려가지도 안는데다가 냄새까지 배어 버렸다. 당장이라도 샤워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논에 다녀와서 1시간 가량의 휴식을 취한 후에 우리는 친환경 농사에 관한 동영상을 시청했다.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가 하고 있다는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꿈에 나올 법한 나만의 농장 같았다. 그래서 논에 대한 애착이 생긴 듯 했고, 냄새 같은 건 생각 나지도 않았고, 농촌에 살면서 왜 한번도 논일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논에 꾸준히 다니면서 모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졌다.

 

박지석 학생

학교에서 실시하는 1년 장기 프로젝트인 벼농사 체험의 첫 번째로 학교 인근 논에 모심기를 하러가게 되었다.
처음 논에 도착했을 때, 예상보다 작은 크기에 쉬워보였으나 설명을 듣고 직접 논에 들어가니 발에 느껴지는 느낌부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심고 나가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서 대충대충 했었지만, 점점 하다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되었다. 모판에서 모를 뽑아다가 논에 심는 과정이 겉으로는 굉장히 단순해 보였으나 직접해보니 많이 힘들었다. 평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해 오신 일들이 사실은 얼마나 고되고 벅찬 일인지 일부분만 경험했는데도 느껴졌다.
논에 들어가는 일 조차 꺼려한 내가 과연 이렇게나 힘들게 생산한 맛있는 식사를 먹을 자격이 있는 지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농부들은 미지의 논 생물에 대한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는 지 궁금했다. 평소 벌레를 싫어하는 나나 주변 친구들은 모 심기를 하러간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온 몸을 싸매고 만반의 준비를 했었는데 그냥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고 양말도 신지 않은 채로 논에 들어가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무안해졌고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힘들고 지쳤던 모 심기가 끝나고 학교에 돌아와 더러워진 몸을 씻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백 오십 여명 남짓 되는 학생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물을 넘치게 틀어 흙을 닦아내는 장면은 마치 영화 ‘기생수’의 한 장면 같았다.

이곳이든 저곳이든 씻기 위해 물이 있는 곳이라면 꽉 차 있는 탓에 순서가 한참이나 지나서야 씻을 수 있었다. 발하고 손에 잔뜩 묻어 있는 흙을 닦아 낼 때에는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듯 했다. 농부들이 고된 일을 끝내고 돌아와 시원한 물에 더러워진 몸을 씻어내는 소소한 행복이 비록 다른 직업보다 배는 힘들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에 돌아와 8~9교시에는 논에 관한 영상을 보았다. 논에 사는 여러 동식물, 곤충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니 모 심기를 했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졌다. 아까 전에 대충 보았던 조그만 생물들이 사실은 논에 이로운 작용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지렁이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주어 더 질 좋은 벼를 생산하게 해주고, 오리를 이용한 농법인 오리농법은 해충을 줄여주며, 평소 싫어하는 거미나 다른 곤충들이 논에게는 고마운 존재였다는 사실에 그들을 보는 시선이 조금 바뀐 것 같다. 반대로 논에 피해를 주는 해로운 해충에 대해서는 미래에 연구를 통해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막 모심기를 했을 뿐이지만 논과 벼농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게 되었고, 논 생물들이나 주변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농부들에게 편지를 쓰라하면 별 생각 없이 ‘맛있는 밥을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밥을 남기지 않겠습니다.’ 와 같은 문구들이 고등학교에 와서야 그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수확이 기대된다.

  

김동현 학생

모심기 활동
6월 2일에 실시된 벼농사 체험활동은 학교에서 임대한 논에서 실시되었다.
내가 참여하게 된 동기는 벼농사 체험이라는 현대 사회의 도시인들이 쉽게 접해보지 못할 경험을 학교 특색사업이라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접해 봄과 동시에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활동은 학교에 있는 1학년 학생들이 모두 참여한 활동으로 각 반의 1~7번까지의 학생은 모판을 논으로 나른 후 나른 모판에 있는 모를 모 심는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역할, 그 외의 나머지 학생들은 자신이 배정된 구역에서 줄에 맞추어 모 심는 역할을 맡았다.
학급 번호가 4번인 나는 모판을 논까지 나르는 역할을 맡았지만 모 심기가 진행됨에 따라 나를 포함한 각 반의 1~7번까지의 학생도 모 심는 활동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벼농사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심기를 나의 친한 친구인 정우와 우리 반 애들과 함께 해볼 수 있었다.
처음 논에 들어갈 때 내가 가졌던 생각은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였다. 왜냐하면 발을 통해 전해지는 논의 감촉은 처음 논에 들어간 나로서는 정말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별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친구들과 함께 모심는 활동을 계속하면서 ‘나의 적성은 농사짓기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 심는 작업이 재미있었고, 지금 열심히 함으로서 나중에 내가 얻을 수확물을 생각하니 힘이 절로 났다.
또한, 이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의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음과 동시에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도 만들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왕 우렁이 방사 작업
모심기 활동 후 일주일 뒤, 나는 각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우렁이 방사 작업을 했다.
논을 관리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원래 벼농사를 하기 위해서는 두 번 정도의 독한 농약을 사용해서 논에서 자라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잡초들을 제거해야 하지만 왕 우렁이를 방사하게 된다면 농약 사용의 필요성이 없어지고 친환경 농사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내가 우렁이 방사 작업을 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본 바로는 왕우렁이는 한 마리에 1천개의 알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고 국내환경에 적응되어 교잡된 왕우렁이의 새로운 변이종이 출현되어 예기치 못한 생태계 교란과 자연보호 늪지 등의 식물종들이 사라질 수 있어 이 농법은 세심하고 지속적이 관리가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친환경 농업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토양환경이 개선되고, 논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얻은 수확물은 농약을 사용할 때보다 우리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이를 관리하는 작업은 훨씬 고되고,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우리 학생들을 대신하여 논 관리를 해주시는 분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이서범 학생

모내기 체험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나는 짜증을 내었다. 기계화로 된 농업이 진행 되고 있는데 우리가 직접 모내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싫고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짜증을 내면서 친구들과 논으로 걸어가면서 불평불만을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벌써 논에 도착을 하였다. 논을 보는 순간 이 넓은 논을 언제 다하지 라는 생각에 막막하였다. 논에 들어가 보니 질퍽질퍽 하였다.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시원한 진흙의 느낌은 괜찮았다. 그렇게 모를 심기 시작을 하였다. 한줄, 한줄 심어가며 친구들과 힘을 합쳐 논에 모를 심는 것을 한순간 이었다. 모를 심으면서도 애들끼리 서로 진흙을 던지고 놀고 서로 빠뜨리면서 놀기 시작을 하였다. 진흙을 서로 주고받으며 옷이 더러워지는 것은 한순간 이었다. 그렇게 장난을 치며 모를 심었는데 금방 논을 메꿔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였다. 논에서 나오면서 빨리 씻고 싶은 마음에 학교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학교로 가서 씻으려고 수돗가에서 물을 틀었는데 쓰는 사람이 많아 물에 힘이 없이 졸졸졸 흐르는 정도 이었다. 나는 힘없이 흐르는 물줄기로 진흙을 씻기 시작하였다 진흙이 미끄러워 잘은 씻기지 않았지만 진흙을 씻으면서 밥은 남기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모내기 체험은 끝났고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 던일 물이 안 나와서 당황하던 일도 있었지만 모내기 체험은 잊을 수 없는 체험이 된 것 같다.

 

장준헌 학생

참여동기 및 목적: 모내기 체험을 함으로써 농촌 학교만의 특색을 살린 귀한 경험을 하고, 생명, 기계공학 등 여러 가지 분야에 접목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항상 먹는 쌀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왔고 어떻게 재배되어 우리의 식탁까지 오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활동 소감: 학교에서 멀지 않은 논에 도착하여 처음 논에 발을 담그게 되었을 때 들어가기 꺼려지고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하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막상 논에 들어가니 흙과 물이 발에 닿는 느낌이 정말 부드럽고 시원하여 기분이 좋아졌다.
직접 모를 심고 친구, 선생님들과 장난을 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가고 모는 어느새 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친구들의 장난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으로 뒤덮이고 옷도 다 더러워 졌지만 기분 나쁘기보다는 내가 직접 심은 모가 자라서 벼가 되고 그 벼를 내가 먹을 수 있다 생각하니 정말 보람차고 뿌듯했다. 평소에 등하교길에 신경도 쓰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치던 논과 모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예전과는 새로운 느낌이 들고 일한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게 되고 밥상의 쌀밥을 볼 때 마다 이 쌀도 누군가가 열심히 기르고 가꿔서 여기 까지 오게 된 것이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것도 아니던 논과 쌀이 귀하고 새롭게 보이게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학교에 대해서도 아주 고맙고 기쁘게 생각한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친구들과 함께 또 참여하고 싶다.

 

고정우 학생

처음에는 물이 깊고 벌레도 많아 보여 들어가기 싫었다.
그리고 햇볕도 뜨겁고 피부 관리도 하고 있어서 더 싫었었다.
처음 물에 들어가니 푹푹 빠져서 위험할 때도 있었고 다리에 거머리가 붙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리고 발가락에 진흙이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과 생물들이 내 다리로 모여드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모 심기를 시작한 뒤 나는 다른 반과의 모심기 대결에 열중하여 시간 가는 지도 모르고 모를 심었다.
그리고 모를 심으면서 내가 심은 모가 잘 크길 바랐다. 그래서 모를 심을 때 뿌리가 땅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줘서 깊게 심었던 것 같았다.
모심기를 하다 보니 다리를 스치는 생물들의 느낌은 바람처럼, 발을 덮는 진흙의 느낌은 솜 같이 포근해졌다.
모심기가 끝난 뒤 나는 논에 대한 다큐를 보았는데, 나는 그 다큐를 보고 우리가 모를 심었던 논이 딱딱하지 않고 생물이 많으며 질퍽질퍽 한 것이 건강한 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며칠 뒤 우리가 모를 심었던 논에 왕우렁이를 방사 한 것을 보고 우리가 먹는 밥이 농약을 쓰지 않고 왕우렁이 농법을 사용하여 친환경적으로 키운다는 것이 안심되고 신기하였다.
나는 농약을 쓰는 것보다 왕우렁이나 오리를 써서 해충을 잡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오리나 왕우렁이에게 먹이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약을 사용하면 해충이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독성이 강한 농약을 쓰게 된다. 그리고 땅이 산성화 된다고 한다. 또 농약을 먹고 죽는 사람 수가 매년 3천300명 정도라고 한다. 이런 농약을 써서 키운 벼를 먹으면 인간에게 좋을 리가 없다. 그리고 갯지렁이 같은 생물들에게도 피해가 간다.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친환경적인 농법을 사용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농약은 온전히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연에게 좋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인간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모든 체험이 끝난 뒤 나는 이런 체험을 할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체험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보람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참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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