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자치위원 1인당 10만원 들여 역량교육 하겠다”
교육내용·일정 등 구체적 계획 없이 예산부터 요구
선거 앞둔 민감한 시기···“관변단체화 하느냐” 의혹도
“군의원들의 이번 결정 높이 평가해야” 반응도 나와

부안군의회가 모처럼 제 역할을 하면서 의회 주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안군의회는 14일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문찬기)를 열고 ‘부안군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 보류하기로 의결했다.

이 개정조례안의 핵심내용은 ‘주민자치위원 1인당 10만원 꼴인 1950만원의 예산을 들여 역량강화교육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부안군 내 각 읍면 주민자치위원은 모두 195명이다.

주무과인 자치행정과는 “현재 주민자치위원들이 교육적 역량이 없어 강화교육을 통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능력을 키우고자 한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예산만 요구했을 뿐 구체적인 교육일정이나 내용조차 마련하지 않아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먼저 포문을 연 박병래 의원은 “현재 읍면자치위원들을 하나로 묶어 거대조직화 하려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되면 자치위원회가 공무원과 주민 사이에서 또 다른 옥상옥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박천호 의원은 교육 일정과 횟수, 내용 등에 대해 질의한 뒤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지원 근거도 없는데 돈부터 달라고 하느냐”고 질타했다.

임기태 의원은 “현재 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하면 참석수당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위원회 운영비도 있는데 그 예산으로 (자체적으로) 할 수 있게 하라”고 주문했다.

김병효 의원 역시 발언권을 얻어 “현재 주민자치위원은 여성이 반드시 3분의 1이 참여하도록 하는 등 규정이 있는데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치위원회가 건강관리센터로 전락하는 등 주민 참여에 한계가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문찬기 위원장은 “주민자치위는 김대중 정부 때 면사무소의 기능을 축소하고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소개하며 “현재 자치위 구성을 보면 교육계, 여성, 전문직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다음 구성 때는 개선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임기태의원이 “이 개정조례안은 예산투자가 예상되는 안으로 심도 있게 심의하기 위해 심사보류 하자”고 동의해 심사가 보류됐다.

올해 주민자치위 관련 예산은 참석수당 5460만원과 프로그램 운영비 8800만원을 비롯해 강사료와 운영비 등을 모두 합하면 5억6900만원이다. 명실상부한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결코 많은 예산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관련 예산 증액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부안군이 별도의 교육비 예산을 요구한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부안군이 주민자치위원회를 본래 목적과 달리 관변단체화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1년 여 앞둔 민감한 시점에 각 지역에서 나름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자치위원들에게 선심성 예산을 투입하려는 것은, 의도야 어찌됐든 오해 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의회 주변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해 “교육 내용과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예산부터 세운다는 것은 그 돈이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다는 뜻”이라며, 사견을 전제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면 1박 2일 연수 일정 명목으로 관광을 보내 먹고 마시면서 군정 홍보를 하는 데 그 예산이 쓰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이어 “그 동안 민선6기가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하면서 요식행위로 일관해왔던 전력 때문에 취지가 좋아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집행부가 진정으로 주민자치를 강화할 생각이라면 우선 주민자치에 대한 철학부터 확립하고 교육방식도 더 연구해서 디테일을 가지고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의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요구에 “의회가 조례안의 허구성을 잘 꿰뚫어봤다. 의원들 역시 선거를 앞두고 있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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