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진 닥터홍동물병원장

사람들이 잊고 살고 있는 어릴 적 따스하고도 가슴 시린 동물과 관련된 사연들이 비교적 많은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성인이 되어 노래 가사로 표현해 대중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히트곡을 남겼고, 어떤 이는 인생을 결정하는 선택의 역할을 했을 것이고 또한 누군가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로 여전히 남아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
검회색 줄무늬 나비는 햇살이 환하게 시멘트 담장 앞 조그만 마당에 듬성듬성 활짝 핀 노란 꽃과 살랑살랑 어디선가 날아와 놀고 있는 나비를 친구처럼 장난치며 놀던 아기고양이였다.
마당 옆 처마 밑에 복실이(진돗개 잡종)와 너무도 친해 추운 날이면 서로 부등켜 안고 자는 모습에 어린 마음에도 ‘가족은 싸우지 말고 저렇게 사이좋게 지내는 거야!’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나비와 복실이는 사이가 좋았었다. 사진을 찍으면 항상 나비는 형과 나의 소모품(?)이 되었고, 좋은 모델이었다.
그러나 1980년 여름방학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 다녀온 후로부터 나는 나비를 사진 속에서만 봐야 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엄마는 복실이를 개장수에게 팔아버리셨다.
지금 기억으로 난 그냥 한동안은 슬펐고 잠시 서울에 간걸 후회했었으나 학교엘 다니고 텔레비전 만화를 기다리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그냥 그렇게 지낸 것 같다.
어른이 되어 그 당시 나비와 비슷한 길냥이들을 볼 때면, 직접 묻어 주지 못하고 떠나보낸 나비에 대한 그리움이 가끔 스믈스믈 삐져나오곤 한다.
어디를 가나 길양이들이 많은 요즘 민원인들의 요청으로 몇몇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TNR사업을 하고 있다. TNR이란 ‘길양이를 보정틀로 포획하여( Trap), 중성화 수술과 왼쪽 귀에 표식을 해주고 (neuter), 살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는( Return)‘ 것을 말한다.
부안군에서도 여러분의 노력으로 올해부터 전국에 있는 군 단위 최초로 TNR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일주일에 2-3마리 중성화수술을 하다보면 몇 일 후 회복 되어 다시 각자 사는 곳으로 돌아가 (비록 현실은 녹녹치 않을지라도) 꽃과 나비와 놀고 있을 또 다른 나비들을 보며, 작은 생명에 연민을 느끼고 그 마음을 몸소 실행에 옮기는 모든 캣맘들에게 소극적 지지자로써 박수를 전하고 싶다.
길냥이들을 데려오고 사료를 주며 보살펴주는 (지금은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 하지만) 분들의 이쁜 마음이 잠시나마 이글을 읽는 모두에게 전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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