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화 간척지의 일부 논에 물을 대지 못해 바닥이 갈라져 있다. 사진 / 우병길 기자

예년 비해 저수율 낮아도 모내기 못 할 정도는 아냐
계화 농민들, 청호지 제방 높여야···하서·행안도 혜택
밭작물은 ‘심각’ 수준···양파·마늘 등 수확량 줄어들 듯

가뭄이 심상치 않다.
5월 말 현재 우리 고장 누적강수량은 172.8mm로 평년 284.2mm의 61%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작년의 423mm과 비교하면 고작 41%에 불과하다.
저수지 사정도 그리 좋지는 않다. 5월 31일 현재 부안댐의 저수율은 38%, 청호저수지 저수율은 54%에 불과하다.
지난 달 31일 밤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긴 했지만, 기상청 장기예보에 따르면 6월 10일까지 비소식이 없다. 우리 부안이 충청도 등 타 지역에 비하면 그나마 물 사정이 괜찮은 편이라곤 해도 자칫 가뭄이 심각해질 수도 있는 여건은 일단 조성된 셈이다.
부안댐은 우리 고장의 식수를 책임지는 상수원이다. 부안댐 관계자는 “예년보다 저수율이 약간 낮기는 하지만, 향후 6개월 이상 비가 오지 않아도 식수를 공급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계화간척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청호저수지다. 계화들녘은 우리 고장 전체 쌀 수확량의 20%에 달하는 최대의 곡창지대이다. 현재 청호지 저수율은 54%에 달하지만, 이는 수치에 불과할 뿐 저수지 바닥이 낮아 저수율 40%가 마지노선이다. 40% 미만으로 떨어지면 수압이 생기지 않아 간척지로 물이 들어가지 않으니 실제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얼마 안 된다는 것이다.
가뭄이 예견되면서 농어촌공사는 평소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급하던 물을 지난달 29일부터 오전7시에서 오후5시까지 2시간을 줄였다. 하루 2시간을 줄이면 일주일 만에 하루치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청호지는 월화와 목금 등 주 4일 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의 항의도 빈번하다. 40여 필지의 농사를 짓는 박아무개(여. 계화면)씨는 가뭄상황을 살피러 현장에 나온 이평종 계화면장을 붙잡고 “(간척지 끝부분은) 모가 다 타죽게 생겼는데 (물이) 가는 데만 몽신 가고, 올해는 토요일 일요일도 안주고, 야간급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면장이 현장으로 다니기만 하면 뭐 하냐. 물을 줘야지”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4단지를 비롯해 간척지 끝부분에 위치한 극히 일부 논은 아직 물을 못 대 모내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고, 모내기를 마친 논 가운데서도 간혹 바닥이 갈라진 곳도 눈에 띄었다. (사진)
한국농어촌공사 부안지사 송상호 계화지소장은 “6월 중순경까지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상황은 심각해 질 수도 있다”면서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어 물을 아껴 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물 공급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소장은 이어 “현재 공사 중인 청호1양수장(400mm펌프 2대)과 12양수장(400mm 1대와 300mm 1대)이 각각 20일과 7월말 완공돼 가동에 들어간다”면서 “그렇게 되면 물 사정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장에서 만난 계화 농민들은 모내기 철 가뭄이 앞으로 고착화될 것이라며 청호지 제방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호지 제방을 1.5m만 높여도 계화 전체는 물론 하서와 행안면까지 물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농어촌공사 계화지소에 따르면, 이 경우 청호지 저수량은 1892만5000톤에서 2545만6000톤으로 653만1000톤이 늘어나고 수혜면적은 2467ha에 달한다. 특히 청호저수지는 제방이 물러 평상시 저수량을 70%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데, 제방을 튼튼하게 쌓으면 실제 저수량 증가분은 1281만2000톤에 이른다고 한다. 총사업비는 800억25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양파와 마늘, 감자, 고추, 호박 등 밭작물도 갈증에 허덕이고 있다.
곧 수확을 앞 둔 양파는 지난 1~2주 사이에 비가 충분히 오지 않는 바람에 밑이 들지 않아 알이 작고 수확량도 상당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창 모를 정식하고 있는 참깨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뿌리를 내리는데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고추도 시들어 가고 있다고 농민들은 전했다.
보리와 밀도 작황이 좋지 않다. 막 추수가 끝난 사료용 총체보리는 예년에 필지당 곤포 20개가 나오던 것이 올해는 15~18개에 머물고 있다.
건설교통과 김치영 기반조성팀장은 “현재 모내기율은 75~80%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부안은 그나마 충청도 등지에 비해 물 사정이 나은 편이어서 물이 모자라 모내기를 못할 지경은 아니다”라며 “현재 기반조성팀을 중심으로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데 가뭄이 더 심각해지면 대책본부를 꾸려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안군은 한해대책예산으로 2억8300만원을 세워놓고 있으나, 조만간 충분한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이 예산으로는 피해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계기관의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우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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