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포 앞바다에 이물질 바다에서 올라오는 그물에 이물질이 촘촘하게 걸려 있는 모습(왼쪽 사진) 이물질이 걸린 그물을 들어올리는 이한수 의원과 어민(오른쪽 위 사진) 이물질이 나오는 해역(오른쪽 아래 사진) 사진 / 우병길 기자

그물에 고기는 없고 이물질만 잔뜩 걸려 나와
한번 쓴 그물 폐기해야···꽃게철이라 피해 더 커
국과수 분석 결과 ‘섬유’ 성분···유입경로 ‘깜깜’

어민들이 격포 연안에 출현한 이물질 때문에 어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주로 자망 등 연안어업을 하는 어민들에 따르면, 이번 달 초순경부터 그물을 던지면 물고기 대신 부직포나 섬유조각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그물에 걸려 올라온다는 것이다. 이 이물질로 인해 무거워진 그물은 바닥에 가라앉게 되고 따라서 물고기가 아예 걸리지 않는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오전 기자가 어선에 동승했을 때, 전날 쳐 놓은 그물을 걷어 올리자 물고기 대신 이물질이 촘촘히 걸려 올라오고 있었다.(사진)
피해지역은 격포항부터 위도 인근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어장에서 어업을 하는 소형 자망어선은 줄잡아 100여척에 달하는데, 지난 보름 간 대부분 허탕을 치고 있어 피해 액수만도 상당하다고 어민들은 입을 모았다. 더구나 5월은 꽃게나 갑오징어 등 고급 어종이 나오는 철이라 상대적으로 피해는 더 크다.
게다가 이 이물질은 잘 떨어지지도 않아 멀쩡한 새 그물도 한번 쓰고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해 그물 값도 이중으로 든다고 하소연한다.
어민 김덕균(70. 해태3호 선장) 씨는 “이런 물질이 어느 날 갑자기 (바다) 바닥에 싹 깔아지는 바람에 베락 맞아버렸다”면서 “그물이 깨끗하게 물속에 떠 있어야 고기가 걸리는데 이물질 때문에 무거워 뻘 속에 납작 누워 있으니 고기가 아예 없다. 어장 자체가 죽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물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한동안 설왕설래가 있었다. 어민들은 부직포나 석면 같은 쓰레기 종류가 아니겠냐고 막연하게 추측해왔으나, 부안해경의 의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분석한 결과 ‘섬유’ 성분이라는 것만 겨우 밝혀진 상태다.
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원인을 추적하고 있는 부안군의회 이한수 의원은 “시료를 채취해 부직포를 취급하는 업체에 직접 문의한 결과 부직포는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부안해경 해양오염방제과 관계자는 “석면은 거칠고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물질은 그런 특징이 없어 석면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유리섬유 가능성도 부인한 바 있다.
국과수 역시 섬유 성분이라는 것만 밝혀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물질인지, 또 왜 비슷한 크기로 뭉쳐져 있는지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물질의 유입경로도 불확실하다. 일부 어민들은 지난 10일경 새만금 배수갑문을 개방한 뒤부터 출현했다며 새만금 내측 폐기물 유입설을 주장한다. 하지만 갑문 인근의 가력항에서는 동일한 물질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가 희박해 보인다.
불법해양투기를 주장하는 어민들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발생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격포 앞바다를 뒤덮을 정도로 많은 양이라면 눈에 띄지 않고 투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해가 불어나면서 어민들이 피해 대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관련 기관에서는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이물질의 성분 분석에 매달려온 부안해경 관계자는 “사실 피해 대책을 세우는 일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면서도 “일단 유입경로 등 원인을 규명해야 대책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원인 규명부터 조속히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반면 부안군청 실무 관계자는 대책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 나가봐야 방법이 없다”면서 “일단 원인 분석이 되고 나면 적절할 조치를 취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부안군의회 이한수 의원은 “안 그래도 어획고가 줄어 어민들의 시름이 깊은데 이런 일까지 겹쳐 어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부안군청과 의회 등 관계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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