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측, 경쟁입찰 주장…이사회, 특정업체 지정 구입
노후 방제기 교체 시급…구입 지연에 피해는 조합원 몫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계화농협(조합장 이석훈) 경영진과 이사들 간 광역방제기(농약 살포기) 구입에 관한 의견이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계화농협은 여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 경쟁 입찰 방안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이사들은 특정업체를 지정해 그 회사 제품을 구입해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들이 특정업체를 지정해 구입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 회사 제품이 타 업체에 비해 우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사 ㅂ씨는 “정확히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방제기 구입을 위해 지난해 5~6월경 계화 전망대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농협이사, 일부 조합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3개 업체 방제기에 대해 분사, 거리 등 성능 시연을 했다”며 “이 때 8명의 이사 중 6명이 J사 제품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구입을 결정했는데 계화농협은 이사들의 결정을 거부하고 자꾸 말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값이면 좋은 것 쓰는 게 좋지 않으냐”며 J사 제품을 구입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계화농협은 이사들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계화농협 관계자는 “이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J사 제품이 특별하게 성능이 우수한 것은 아니다”면서 “현재 계화농협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제기가 J사 제품인데 수리를 하고 하루도 안돼서 또 고장이 난 게 수차례”라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뿐만 아니고 2012년에는 J사에서 방제기를 수리해 왔는데 오일을 넣지 않은 상태로 와 이를 모르고 방제기를 가동을 하다 엔진이 고장 나서 당시 수리비만 770만원이 들어갔다”며 “또 거리도 타 업체 보다 왕복 2시간은 더 걸려 AS받는데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번 방제기 구입 건은 정부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특정업체를 지정해 수의계약으로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러 회사가 참여할 수 있는 일반입찰로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데도 이사들이 뜻을 굽히지 않자 급기야 대의원들이 나섰다. 대의원들은 지난해 12월경 총회를 열고 방제기 구입안건을 채택해 찬반투표을 벌였다.
그 결과 44명이 일반입찰을 찬성하며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반대는 11표였다.
하지만 1억원이 넘는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승인을 얻어야 하는 농협 규정 때문에 대의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음에도 방제기 구입 승인은 이사회로부터 거절됐다.
대의원 A씨는 “법적으로 일반입찰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사들이 왜 특정업체만을 고집하는지 알 수 없다”며 “현 조합장 발목잡기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사들에게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렇듯 해결점이 보이지 않자 계화농협은 감사를 받을 각오까지 하면서 올해 1월경 이사들의 뜻대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부안군청의 불허 방침에 부딪혀 이사들의 수의계약 계획은 무산됐다. 정부보조금을 받는 사업이기 때문에 일반입찰만 가능하다는 게 불허 이유다.
수의계약이 여의치 않자 이사들은 입장을 바꿔 입반입찰을 하면서 이번엔 입찰서식에 자신들이 원하는 사양, 규격 등을 기재하도록 요구면서 또 다시 방제기 구입 건은 최근까지 표류하고 있다.
방제기 구입 사업 승인이 해결점을 보이지 않자 계화농협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계화농협 이석훈 조합장은 “이사들이 요구안대로 해줄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허용이 안 될 경우에는 일반입찰을 통해 구입하자는 의견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조합장은 “26일경 이사회를 소집해 이러한 의견을 전달하고 방제기 구입을 빠른 시일내에 처리 하겠다”고 설명했다.
계화농협의 이러한 제안에 이사회가 수용을 할지 아니면 또 다시 발목을 잡을지 조합원들의 이목이 쏠린다.
한편, 현재 계화농협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제기는 2004년과 2005년도에 구입한 것으로 모두 10년을 넘어 노후와 됐고 교체 시기인 8년을 훌쩍 넘겨 구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영진과 임원진의 갈등으로 자칫 방제기 구입을 못해 방제시기에 활용을 못하면서 그 피해가 조합원들에게 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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