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실증단지 송전 위한 변전소 공사 착수
비대위 “원점 재추진” vs 피대위 “실리 찾아야”
부안군, “주민 반대하면 추진 않는다” 입장 고수
고창군, 발 빠른 대응 ‘전력에너지 클러스터’ 요구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이번에 공사가 착공된 해상변전소(사진 위), 해상풍력단지 위치도(사진 아래) 사진 / 한국해상풍력 제공

위도 앞바다에 건설 예정이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공사가 시작돼 반대 기류가 주를 이루는 부안으로선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해상풍력(사장 이봉순)은 지난 8일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업이 본격 착수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공사는 실증단지 사업 중 해상풍력발전기에서 고창전력시험센터 내 실증센터 간 송전을 위한 해상변전소 건설공사로, 오는 9월 말 준공될 예정이다.
한국해상풍력에 따르면, 하부 구조물 설치를 위한 바지선이 이미 지난달 말 현장에 도착했고, 이후 구조물 설치를 위한 해저면 기초공사가 이뤄졌으며, 지난 8일부터는 바지선을 활용해 하부 구조물 설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부안 어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강행됨에 따라 향후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1차 실증단지는 물론 2차 시범단계와 3차 확산단계까지 해상풍력사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앞으로 부안 어민들의 목소리가 관철될 여지가 그만큼 축소될 뿐 아니라, 이미 거액이 투입된 공사를 백지상태로 되돌릴 방법이 사실상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안군이 향후 대응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안군 19개 어촌계와 주민들로 구성된 ‘반대비상대책위’는 사업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부터 민주적 절차를 거쳐 재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인배 비대위원장은 “지금까지의 추진상황은 전원개발촉진법을 무기로 주민을 무시하고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다”면서 “고창의 경우 실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근시안적 행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큰 시야로 보면 작은 이익 대신 그만큼 바다를 잃게 되고 장차 우리가 짐작할 수 없는 환경재앙까지 불러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까지 유지하던 반대 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어민과 주민들로 구성된 ‘피해대책위’ 측은 현실적으로 공사를 막기 힘들다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대위 윤선호 간사는 “한국해상풍력이 본사를 현지로 이전하기로 약속했다. 결국 부안과 고창 중 한 곳이 될 수밖에 없어 양측이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우리로서는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사업이라면 피대위와 비대위를 비롯해 부안군청과 수협 등이 머리를 맞대고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부안이 반대대책위와 피해대책위로 양분된 채 엇갈린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이웃 고창은 이미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창군은 대선 국면 당시 전북도와 함께 ‘서남해 전력에너지 4차 산업 클러스터조성’을 유력 후보의 공약에 반영하기 위해 각 캠프에 청사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군은 이 사업이 신재생에너지, 초전도기술,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저장시설 등 전력산업관련 기업 유치와 연구시설 등 전력에너지 관련시설을 집적화하는 사업으로, 국가 에너지 신산업 경쟁력 향상과 5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고창군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고창반대대책위가 겉으로는 반대를 외치면서 물밑에서는 고창군청과 한해풍 등과 긴밀하게 교감하는 등 서남해 해상풍력 조성사업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부안군청은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안군청 관계자는 “현재 반대대책위 측에서는 법적인 대응을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이고, 피해대책위 측은 부안이 실질적인 이익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중간에서 행정은 난감한 상황이다”라면서 “상황이 복잡하긴 하지만 부안군청은 일단 주민 뜻에 따르겠다는 것이 일관된 공식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해상풍력단지를 두고 부안이 내부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군민 일각에서는 부안도 보다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이미 하서면에 자리 잡은 부안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가 전국 최초의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로서 상당한 연구성과를 축적하고 있고, 실증단지의 행정구역도 부안군 관내라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따라서 우리 부안이 해상풍력 본사 이전의 적지일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사업 유치에도 유리한 조건임을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상풍력단지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반대대책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더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공을 인정하면서 “그렇더라도 군청과 양측 대책위가 정보나 전략조차 공유하지 않은 채 대립에만 몰두하는 것은 부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청이라도 나서서 TF팀을 구성해 이들과 물밑 교감을 통해 향후 전략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앞으로 3차 확산단계까지 약 10조원의 거대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부안군이 어떻게 대응할지 군민의 관심이 부쩍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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