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만의 특색과 역사,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타 지역축제와 차별화된 5개 분야 47개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구성해 축제장 곳곳에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전국 10대 대표축제 도약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부안군청이 마실축제 마지막 날인 6일 저녁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이 자료는 또 “부안 전역의 행사장에 51만 4212명이 찾아 수백억원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창출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부안군청의 주장만 놓고 보면 이번 축제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음이 분명하다. 각종 프로그램은 ‘차별화’ 됐고, 축제장은 ‘북새통’을 이뤘으며, ‘수백억원의 경제효과’ 까지 거뒀다.
이 자료는 또 “외국인 유학생과 주한 외국인 400여명이 부안을 찾아 글로벌 축제로의 발판을 마련”했다거나 “군민의 화합과 단결 등 무형의 효과는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51만명 입장객 가운데 0.1%도 안 되는 400여명의 외국인이 방문했다고 글로벌 축제 도약이라는 평가도 낯간지럽지만, ‘군민의 화합과 단결’ 운운하는 대목에서는 부안군청이 정말이지 바닥 민심을 잠자리 눈곱만큼이라도 헤아리고 있는지, 또한 그럴 의도는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부안군청의 이같은 자화자찬이 왜 문제인지는 군민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읍내에서 만난 한 군민은 “3일 동안 51만명? 기자 양반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고 눈을 치뜨며 “정도껏 해야 믿지. 군민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누구를 위해 그렇게 뻥튀기를 하는 거냐. 웃음 밖에 안 나온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군민들도 반응은 대동소이해서 ‘51만 명’이라는 대목에서는 다들 기가 차다는 표정이다. 한마디로 튀겨도 너무 튀겼다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정말로 51만 명이 왔다고 치자. 그렇다면 어린이날과 주말을 낀 황금연휴에 축제를 개최하는 부안군청의 전략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아다시피 5월 연휴 때는 예전에도 변산, 격포 등 해안 관광지에 30여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모여들곤 했었다.
마실축제 덕을 가장 많이 본다는 상설시장 생선전의 한 상인은 이렇게 말한다. “축제 때문에 손님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우리는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전에도 5월 연휴 땐 손에서 칼을 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바빴으니까”
다시 말해 연휴 땐 어차피 변산이 각광을 받는데, 굳이 마실축제까지 이 기간에 개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차라리 1~2주 뒤 쯤 개최하면 연휴 때 30만명, 축제 때 50만명, 도합 80만 명을 유치할 수 있잖은가 말이다.
이와 관련해 전주에 본사를 둔 한 언론사 기자도 남원 춘향제나 고창 청보리밭축제와 비교하며 개최일을 변경할 것을 고민해보라는 조언을 했다.
“청보리밭 축제는 올해 군비 6000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마실축제에 비해 예산이 10퍼센트도 안되지만 효과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원 춘향제는 대중가수 초청공연이 일체 없고 개막식을 국악 프로그램으로 특화해 격조와 정체성을 확보했다. 그러니 밖에서 볼 땐 마실축제가 춘향제나 청보리밭축제에 비해 정체성이나 효과 면에서 밀린다는 느낌이 있다. 이들과 경쟁하지 말고 차라리 연휴를 피해 개최하는 것이 어떻겠나”
3개 축제를 모두 취재한 그의 충고는 맥락이 다르긴 하다. 아니, 자존심을 누르며 들어야 할 내용이다. 하지만 밖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 눈에는 마실축제가 그런 정도 수준일 뿐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부인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축제준비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공무원들을 비롯해 관내 언론인들, 일반 군민들, 심지어 일부 제전위원들까지도 체감하고 있다. 길부터 틀어막고 그 공간에 어떤 컨텐츠를 담을지 고민하던 순간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
한 공무원은 사석에서 “마실축제는 부안의 전 공무원이 투입되고 주민 수천명이 동원되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축제”라고 비꼬며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막고 주민이 동원되는 모습에서 80년대 개발독재시대가 떠오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최종결정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사석의 술안주로 그칠 뿐이다.
사정이 이 지경이다 보니 공무원들의 피로감도 극에 달했다고 아우성이다. 가뜩이나 이번 축제는 대통령선거와 도민체전까지 겹쳐 본연의 업무는 아예 손도 댈 수 없었다는 볼멘소리도 들리고, 해마다 연휴 때 축제가 열리다 보니 남들 다 가는 가족여행은 꿈도 못 꾼다는 불만도 나온다. 심지어 “우리 아이는 어린이날만 되며 고아가 된다”고 하소연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들 공무원들에게 별로 동정이 가지 않는다. 공무원이 어떤 사람인가. 헌법이 신분을 보장하는 사람들이다. 부당한 지시에 “노!”라고 외쳐도 대통령조차 어찌 할 수 없는 신분이다. 그런데도 인사권자의 눈치만 보며 축제결과를 포장하느라 궤변을 늘어놓기 일쑤이니 곱게 보려 해도 마음이 안 간다.
한번 생각해 보자. 축제 2~3개월 전부터 축제와는 하등 관련 없는 부서 직원들이 현수막과 팜플릿을 챙겨들고 전국으로 홍보 출장을 가는 게 공무원 당신들은 정상이라고 보는가. 산적한 본연의 업무는 제쳐 두고 교통정리나 쓰레기를 줍고는 부안군민을 위해 봉사했다고 하는 게 그리 당당한가. 그 시간에 민원 차 방문했다가 실무자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 돌아가는 군민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우리 헌법은 ‘공무원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군민의 눈치 대신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것은 명백한 위헌적 범법행위이며, 따라서 탄핵을 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모쪼록 인식하기 바란다.
2017년 봄, 마실축제를 보면서 부안은 아직도 80년대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공무원들은 동의하지 않는 ‘혼자 만의 착각’이 못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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