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장

 

지난 4.19 아침에 사무실 젊은 직원들에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물어봤습니다. ‘대통령후보자 TV토론이 있는 날 아닌가요?’ 과거는 현재에게 이렇게 밀려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역사를 단순히 지난 사건으로, 기록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다시 그 역사를 반복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하여 만들어집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합의한 수준만큼, 그 시대에 싸워서 쟁취한 만큼, 딱 그만큼의 민주주의가 허락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이번 대선에서 핵심쟁점은 ‘민주공화국의 주체와 권력의 소재’에 대한 것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 한 것에 대한 분노가 촛불이 되었고, 박근혜 일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정치지도자들을 검증하는 때입니다. 후보자 TV토론에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와 역시나 하는 실망이 교차합니다. 여전히 정책공방 보다는 색깔론과 허접한 인신공격이 꼬리를 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대선은 최악과 차악을 떨어뜨리기 위해 차선을 선택해야 했던 과거의 선거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이번 선거의 전선은 보수-진보, 여-야가 아닙니다.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청산, 구시대와의 단절로 민주공화국의 체계를 세우는, 주권재민을 분명히 하는 선거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는 아픈 각성의 시민들이 조직된 힘으로 만들어 낸 선거입니다.

우리에게는 남겨진 자의 몫이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약속하였던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는 그 약속에 대한 책임 말입니다. 그렇기에 ‘그놈이 그놈’이라고 봐서는 안 될 겁니다. 청와대 권좌에 앉는 그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따라, 아픈 상처의 치유를 위한 출발이 될 수도,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수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수준 이하의 TV토론을 두고 차라리 사회자가 1등이라고 쓴소리를 하셨지만. 그럴수록 지켜보고 검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민의 절망과 무관심이 가져온 결과가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이지 않은가요?
그러면 후보자를 검증할 기준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첫 번째가 역사관이라 생각합니다.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E.H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하였죠. 과거란 옛날에 있었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게 전달하는 분명한 의미와 메시지로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혜와 통찰을 전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기억된 과거로서, 현재의 해석과 관점으로 인식하게 하는 ‘세상을 보는 눈’이며 가치체계인 동시에 세계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의 역사관을 면밀히 읽어내고 밝혀야 할 것이다. 최근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궤적을 기억하며 언행(言行)의 일치(一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판단의 기준으로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전문은 헌법 조문 앞에 있는 공포문으로서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 목적, 헌법 제정권자, 헌법의 지도 이념이나 원리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쉽게 풀어쓴 것이 위키백과에 있어서 인용해 봅니다.
“아주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은 3·1운동으로 세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과 옳지 않은 일에 맞버틴 4·19 민주정신을 이어받는다.
조국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개혁하고,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하여 꾸준히 힘쓰며, 바른 뜻·바른 길과 겨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굳게 뭉쳐, 사회의 온갖 나쁜 일과 그릇된 생각을 깨뜨려버리고, 자율과 어울림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의 기본질서를 더욱 굳게 다진다.
그리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테두리 안에서 저마다 기회를 골고루 누리면서, 능력을 한껏 떨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한다.
반드시 국민의 생활수준을 고르게 높이고, 나아가 변함없는 온 누리의 평화와 인류 번영에 다함께 이바지함으로써, 우리와 우리 자손 들이 자유와 행복을 오래도록 마음껏 누릴 수 있게 온 힘을 쏟을 것을 다짐한다.”
정부의 정통성은 외세의 지배에 항거하며 평화통일을 위해 힘쓰고, 안으로는 민주와 평등의 원칙에 따라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하는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건국이념과 이어져 있습니다.

일예로 색깔론에 대한 저의 반박입니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 일련의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이 어떻게 좌파정권이 저지른 북한에 대한 퍼주기로 왜곡될 수 있습니까?
지금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와 이를 보장하는 국가 시스템을 분명하게 세워내는 기로에 서있습니다.
한 숨을 쉬어가면서라도, 두 눈 부릅뜨고 후보 토론회를 봐야할 이유입니다. 그리고 꼭! 투표를 해야 할 이유입니다.
잊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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