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에 굴복한 을유국치” 반발

지난 9일 대법원이 ‘우리농산물’을 표기한 급식조례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3년 전북도가 전국 최초로 ‘우리농산물’ 사용을 명시한 급식조례를 제정하자 이듬해 전북도교육청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국내산품의 생산보호를 위해 수입산품을 국내산품보다 불리한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GATT 제3조 제2항에 위반된다”며 무효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전북도에 이어 ‘우리농산물 사용’을 명시한 경남·경기·서울·충북의 급식조례에 대한 무효소송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논의중인 국회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또 교육청 등 관계기관은 시·군별 급식조례도 ‘우리농산물’이 아닌 ‘우수농산물’을 표기하도록 제기할 방침이어서 더 큰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참소리

이에 학교급식법개정 국민운동본부 등 전국의 급식조례제정운동단체들은 “WTO 협정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사건”이라며 규탄하고 “‘우리농산물’을 규정한 학교급식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도교육청, 우리농산물 급식대책으로 수습나서

급식조례단체들과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우리농산물 급식을 하도록 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조례상에는 ‘우수농산물’로 표기하고 실질적으로는 우리농산물을 사용해 WTO 협정을 피해가자는 말이다.

그러나 전북학교급식조례제정연대회의(대표 최기호)는 “우리농산물을 명시하지 않는 한 교육청의 대책은 단기처방에 불과하며, 우리 아이들의 식단이 수입농산물로 가득 찰 게 불보듯 뻔하다”고 반박했다.

급식조례제정운동이 시작된 2002년 당시 한농연 경기도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46%의 학교가 수입농산물을 사용하고 있고, 쇠고기·어패류·가공식품 등은 국산사용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최규호 현 도교육감의 모호한 대처에 대해서도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최 교육감은 2003년 당시 도교육위원으로서 전북도의 급식조례 제정에 앞장선 바 있다. 급식연대회의는 “그런 그가 교육감선거 당시 ‘취임 후 소송취하’ 약속을 저버리고, ‘WTO 협정에 맞는 조례로 개정되지 않는 한 소를 취하할 수 없다’는 국무조정실의 권고안을 이유로 들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급식조례를 제정한 광역·기초지자체는 현재 전국 80곳에 이른다. 도내에서는 부안·익산·정읍 세 곳이 ‘우수농산물’이라고 표기해 제정했다. 전주시는 ‘우리 농산물’을 규정한 급식조례를 의회에서 통과시켰으나 전북도가 재의를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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