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숙(43)

그녀의 영어학원은 정갈히 정리된 채 비어 있었으나 향긋한 차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호젓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차 향기를 가르며 맑은 톤의 그녀가 문 뒤쪽에서 들어선다.
같은 업종의 학원 교사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는 그녀, 윤정숙씨의 에너지는 밝고 힘찼다.
그녀의 영어이름인 테즈를 딴 어학원은 그녀만의 놀이터이자 안식처인 듯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그녀를 향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여느 인터뷰와 다르게 앉자마자 수다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서울 토박이인 그녀와 중고교 선후배 사이임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추억을 공유하고 교육의장을 수다의장으로 만드는 것 또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의 눈가에 감격의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면서 열정과 순수함을 간직한 영혼임을 느꼈다.
“부안에는 언제 오셨어요?”
“2009년에 남편의 직장을 따라 왔는데 거의 2년여를 버티다가 오게 됐죠”
남편의 직장을 따라 부안에 터를 잡게 된 그녀가 처음 접한 부안은 지방의 낯선 도시였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나 필리핀 마닐라 교환학생으로 가선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며 6년의 유학생활을 마쳤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첫 취업한 곳은 홍보회사였으니 생뚱맞은 일에 힘들어하다가 어학원에 취업하면서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고도 바쁘게 일에 빠졌었다고 한다.
남편이 부안의 지방공무원직으로 발령이 나면서 2년여 간 주말부부가 되자 양가 어르신들의 걱정으로 거의 반강제적으로 이 곳 부안에 오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 표정이 의외로 환하다.
5년 전, 둘째아이 출산 후 얻게 된 이름조차 낯선 메니에르병이 발병하고 난 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메니에르요?”
“스트레스로 인한 거라는데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어지럼증을 동반해요”
귀의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겨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병, 메니에르는 이석증의 증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지금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건강이 정말 감사해서 밤마다 잠자리에서 소소한 3가지 감사거리를 말하고 잔다고 한다.
“매일 감사거리가 있어요?”
“많아요. 하루의 건강을 누린 것과 학원의 착한아이들과의 교류, 살이 더 안찐 것 등도 감사거리죠”
완치가 어려워서 늘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하므로 지금의 일상과 학원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들의 소중함은 늘 현재시점으로 따끈따끈하다.
서울에서의 치열한 전투적인 삶 또한 즐겼지만 부안에서의 내려놓고 즐기는 삶에 윤씨는 요사이 행복하다.
노원구 어학원에서 부원장 역할을 할 때는 기센 외국인 강사와 학부모들을 상대하느라 적잖게 구사하던 직설화법이 그 당시 그들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었음을 깨닫곤 지금은 착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며 웃는다.
처음 부안에 와서 정서적 차이로 인해 느끼던 갈등의 요소들을 이젠 서로 다름이라고 인정하는 여유를 갖게 되면서 맑은 하늘의 구름과 해말간 별들을 헤이는 행복에 젖어 살고 있다는 그녀의 행복강의에 듣는 이도 행복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얘기엔 환경, 아이와 남편, 신선한 먹거리, 동물복지, 친구, 일상의 감사, 소소한 즐거움, 영어와 착한 학생, 독서모임 등등이 어우러져 보랏빛 향기를 내뿜고 있다.
병으로 인한 어려운 시기를 겪고 나서 감사함을 찾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그녀에게 고난의 시기는 자신을 허물지 않고 굳건히 다진 인내의 시간이었으리라
자신과 세상의 소통의 장인 영어학원에서 아이들과 영어로 수업하며 즐거워하는 그녀가 추구하는 삶은 양적인 의미의 그 무엇이 아닌 건강한 삶이다.
여전히 서울에 두고 온 친구들과 소통하러 1달에 1번씩은 서울 나들이 길에 오른다는 그녀의 집이자 안식처는 이제 부안이다.
병마로 인해 알게 된 감사와 겸손의 세상은 생각보다 풍요하고 따스하기에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레 인정하게 되었다는 그녀의 인생 제2막은 따스한 갈채 속에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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