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 새로운 모델 만들어 주길...

하승수 변호사
내년으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와 관련된 움직임들도 활발해지고 있다. 전국의 여러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기 지역의 상황에 맞는 참여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나 활동가들이 고민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답답함도 많이 느낀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지역정치를 바꾸고 있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앙정치에 끌려다니고, 심지어 민주화운동이나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해 온 사람들조차 개인적인 선택에 의해 기성정당을 선택하는 장면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의 기성정당들은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의 의지도, 지역발전의 비젼도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때에만 공약이 넘쳐나지만, 모두가 “내가 00만 되면 다 해결해 주겠다”는 식이었고, 대부분의 경우에 결국 공허한 공약(空約)으로 끝나 왔다. 대표자로 뽑힌 사람들이 예산낭비나 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개발로 지역의 환경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지역을 살리고, 주민들의 진정한 자치를 실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서라도 지역에서부터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길은 없을까?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몇 년 전 일본의 지역정당운동을 접하게 되었다. 일본의 지역에 가면 “가나가와 네트워크”니 “시민신당 니이가타”니 하는 생소한 이름의 정당들을 접하게 된다. 여기서 “가나가와”나 “니이가타”는 지역이름이다. 우리로 치면 “전라북도 네트워크” “시민신당 부안”같은 식의 이름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정당들은 중앙의 기성정당과는 전혀 다른 정치를 꿈꾸는 지역정당(local party)이다.

일본, 지역정당으로 선거 성공 많아

이런 지역정당들은 지역주민들의 자치에 의해 중앙집권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개발지상주의를 극복하려는 것을 지향한다. 그래서 추구하는 가치나 정책들이 생태적이고 평화적이고 복지ㆍ인권을 중시하며, 양성평등적이고 풀뿌리 민주주의적인 방향이다.

정치를 하는 방식도 기성정당과는 전혀 다르다. 지역정당 출신으로 지방의원이 되면, 개인이 마음내키는 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주민)의 대리인’으로서 활동하게 된다. 월급도 조직에 내 놓고, 조직에서 활동비를 받아 쓴다. 당선된 다음에 직업정치인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2번에 8년까지만 지방의원을 할 수 있게 한다. 그 다음에는 다시 시민운동이나 자원봉사를 하는 위치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당선만 되면 목에 힘부터 주고 온갖 독선과 전횡을 저지르는 정치인들을 보아온 우리로서는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다.

앞서 소개한 지역정당들은 주로 지방의회 진출에 주력하고 있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시민운동가, 특히 시민운동 출신의 여성이 기성정당을 끼지 않고 ‘주민후보’ 또는 ‘시민후보’로 출마하여 독자적인 주민역량으로 지방자치단체장에 당선되는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생겨나기까지는 지역의 환경, 역사, 문화를 지키면서 지역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오랫동안의 피땀어린 노력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부안도 내년 선거서 새모델 만드길

물론 일본의 지역정당운동이나 지방선거 성공사례를 우리 현실에 그대로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역주민들의 참여에 의해 지역에서부터 정치를 바꾼다는 기본정신은 참고할 만한 것이다.

부안은 핵폐기장 반대운동과 2.14 주민투표를 통해 전국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더 높은 주민들의 자치의식과 힘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물론 많은 부안주민들의 피와 땀, 희생을 통한 것이었다. 그래서 “부안에서 배우자”란 말들도 많이 나왔었다. 내년으로 다가운 지방선거에서 부안주민들이 또다시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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