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11시에 온통 사람들의 시선은 텔레비전에 쏠려 있었다. 그 날의 기억은 한 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라는 이정미 재판관의 말에 가슴이 몇 번을 ‘철렁’거렸다. 후반부에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없다는 말을 들어도 언제 다시 ‘그러나’라는 말이 튀어나올지 몰라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결국 주문이 낭독되었고, 그 주문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였다.
15일에는 대선일이 5월 9일로 확정되었다. 지금 각 당은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을 치르면서 경선룰과 토론회 등으로 매일 시끄럽다.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국민들은 매일 뉴스를 타고 날아오는 현대사의 격랑에 몸을 맡기고 대역사의 순간을 겪고 있다.
그런데 한편, 이러한 큰 역사적 변화가 부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국민들의 눈 높이는 높아져 가고 있다. 군민들도 국민의 한 부분으로서 동일한 의식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를 넘어, 스스로 뽑았던 대통령을 스스로 탄핵하고 이제 새로운 세상을 만들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받아줄 조직이 없다. 의회에서는 박근혜 탄핵에 대한 어떤 입장 발표도 없고, 다른 나라 세상이다. 그래서 이 탄핵 국면 동안 내내 시민조직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점차 확대되었다.

이런 조직의 필요성은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부안의 시민조직이 필요하다. 촛불민심이 타오를 때 부안에서 의분을 못이긴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서울로 올라간 사람들도 있고, 전주에 간 사람들도 있고, 부안에서 촛불을 든 사람들도 있다. 이런 행동을 했던 많은 분들이 부안군에서 자신의 그런 시민적 공공 행동의 열망을 담아낼 조직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다음으로는 군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부안의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 부안의 현안들이 적지 않다. 적지 않은 군비가 들어가는 사업도 많이 있고, 군정의 방향에 대하여 촉구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이 조직된 힘이 없으면 의견 제시마저도 힘들다. 그리고 지금 일어난 ‘시민 혁명’의 최종 귀착지는 지자체의 풀뿌리 지방자치가 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통령도 바뀌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있는 주변의 작은 자치 공간들이 바뀌어야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런 논의는 군민들간에 간헐적으로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질적인 조직으로 나타나진 않았다. 이제 그에 논의를 모두 함께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지금 여기서 제안하는 것은 몇 사람이 논의해 왔던 조직의 모습이다. 군민들이 참조해서 논의를 해 보면 좋겠다는 취지로 공개한다. 그리고 이와 다른 형태의 다양한 조직이 생겨도 무방할 것이다. 
부안에서 군민들이 함께 만들었으면 하는 조직은 아래의 조건을 만족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하나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조직이다.
최소한의 의무 규정을 따르며 사업이나 안건에 대하여 자발적인 논의를 보장한다.
회장이나 집행기관이 따로 없고 회원들의 < 제안 – 동의 – 집행단위 구성 – 집행 >등의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활동한다.
모든 활동은 총회에 보고한다.
총회 사회자는 당일 선거로 선출한다.

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조직이다.
자신의 참여 의지를 담아 참가 원서를 제출한다.
자체 재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회비를 자동이체한다.
온라인을 통해 메시지 회람 등의 상황을 확인한다.
여러 가지 형태의 오프라인 활동에 반드시 적어도 하나는 참여한다.

셋 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이다.
조직 활동을 위해서 소통 능력은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한다.
카톡, 밴드의 활용법을 알고 참여하여야 한다.

넷 보편가치를 추구한다.
남녀 중 다수 성원 비율을 70% 이내로 한다. (30% 이상의 소수 성비를 보장)
사회적 소수자에 대하여 늘 배려한다.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약간 성글어 보여도 사실 많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의 조직들이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구성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그런 것을 지양하고 개인들을 행복과 자존을 드높이는 형태의 조직이어야 한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민주적인 활동을 지향함에도 늘 어떤 사명감을 요구받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도 최소화하여 자발적인 참여에 근거한 조직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도 숙의됐다.
그리고 남녀 성비에서 30% 이상을 보장하자는 것도 의회 등 성비를 문제 삼으면서도 많은 영역에서 성비를 구성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솔선수범해서 극복해 보려는 취지도 담고 있다.
모여서 세력을 과시하는 것 위주의 방식에서 이제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공부하며 의식을 고양시키자는 취지도 있다. 그렇다고 직접적인 위력 시위의 가치도 크므로 그에 따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누리는 ‘새 세상’이라는 뜻의 우리말이다. 얼마 전까지 존재하던 새누리당이 의도하지 않게 새 세상을 열었다. 하지만 새 세상은 새 시민이 없으면 새 세상이 아니다. 다가올 새 세상을 맞을 새로운 시민으로 태어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보자. 박근혜 탄핵 이후의 부안은, 새로운 조직 속에서 새로운 부안 군민들이 성장하는 지방 자치의 요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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