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짜리 매창 초상화에 부쳐-

본지 606호(3월 3일자)에 매창의 가상 초상화를 1억을 주고 만들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겉모습에 치중하는 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황진이에 비해서 이매창이 대중적으로 ‘뜨지’ 않는 이유가 초상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인식은 고개를 더 갸우뚱하게 만든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작업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건축물 같은 외형 자산이 아닌 인문학 유산은 더욱 계승이 어렵다.
이매창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덤 하나, 시집 하나 뿐이다.
매창의 진정한 유산에 대하여 관심을 두지 않고, 매창의 ‘자산가치’에만 눈을 가지게 되면 매창의 유산을 어떻게든 외형적으로 커 보이게 만들려고 한다. 매창의 시를 군민들에게 살아있는 형태로 전달하는 데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매창의 시를 더 크게 전시하려고만 한다. 그래서 좋은 위치에 돈 많이 들여 시비를 만들면 마치 매창을 더 잘 계승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절정이 바로 비록 가상에 불과하지만 매창의 초상화가 있으면 매창의 ‘자산가치’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나타난 것 같다. (매창이 많이 미우면 어쩔뻔 했는가? 자산가치가 없다고 평가했을까?)
문화유산은 그렇게 계승되지 않는다. 매창의 시를 보존하는 방법이 그것을 새기는 방법에 있다면 돌에 새기느냐, 아니면 금판에 새기느냐만 고민하면 된다. 그런 방식으로는 매창을 보존할 수 없다는 점을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매창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오직 매창의 시를 군민이 이해하고 향유하는 것밖에 없다.
많은 군민들이 매창의 시를 배우고 익혀 좋아하게 되고 매창을 삶을 알아 존경하고 따르게 되며 매창을 계기로 한시를 이해하고 동양 고전을 이해하여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매창의 가치를 알겠는가?
아무래도 공무원들은 이런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같다. 왜냐하면 공무원들마저도 생각이 최대 4년 주기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군수가 와서 정책을 수행할 것인지, 그의 임기 동안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4년 주기로 바뀌는 정치인이 아닌 평생동안 부안에 살 사람들의 사회적인 협의체가 있어야 이런 문제들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뜻있는 공무원들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4년 내에 과도하게 포장되는 성과가 아니라, 수십년 누적되어 부안 군민들의 몸과 머리 속에 남아 있을 문화유산을 살찌우는 진정성 있는 정책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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