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1면에 실린 사진을 보라. 버스 정류장에 웅크려 앉은 군민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부안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이 사진을 보며 무슨 느낌이 드는가? 자긍심이 느껴지는가?
부안 행정을 보면 온갖 미사여구가 화려하다. 홍보물을 보면 우리 부안은 오복이 넘쳐난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오복을 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강녕의 복, 휴식의 복, 재물의 복, 풍류의 복, 자긍의 복이라 한다. 말을 맛깔스럽게 지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 오복으로 생각해 봐도 저 할머니는 강녕의 복을 잃었다. 그 장면을 보는 부안 군민은 자긍의 복을 잃었다. 뭔가 잘못되어 있다. 그 이유는 군정이 본질을 보려하지 않고 미사려구로 포장에만 신경쓰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오해하고 있다. 인문학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말을 중요시했던 것은 사람을 표현하기 때문이지 말장난을 중요시해서가 아니다.
노인 인구가 이렇게 많은 우리 군에서 이동권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감히 어떻게 강녕의 복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이쁘게 정명 600주년 버스승강장을 만드는 것은 꾸미는 일에 불과하다. 교통 문제를 본질적으로 본다면 교통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공무원들도 다 알 것이다. 어떤 군은 요금체계를 단일화했고, 어떤 군은 군민들이 직접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서 군민들이 불편 없이 타고 다닐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리 군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교통 시스템을 방치하고 있다. 불편은 이 군의 가장 약자들인 학생이나, 노인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강녕의 복을 말할 수 있냐는 말이다.
왜 어려운 문제는 피해가고 화려한 말 표현만 만드는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많은 군정이 그런 식이다.
토론이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 일인지 아는가? 그건 공무원들끼리 토론을 해 봐서도 알 것이다. 토론을 잘 하기 위해서는 토론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토론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직접 민주주의의 오랜 경험이 있는 스위스의 경우에도 자그마한 자치지역 회의를 하는데 며칠씩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토론을 미리 선정한 몇 가지 질문지를 선택해서 화려한 이야기‘쑈’로 대치해 버리는 게 지금의 군정이다.
주민참여예산제를 하자니까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하나 만들어 놓고 끝이다. 본질적인 면을 고민한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예산학교를 만들어서 군민들에게 예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군민들의 자원을 받아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단위에서 공모를 통하여 군민 사업을 선정해야 한다.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정말 궁금하다. 일하는 분위기가 넘친다는 군청 공무원들은 왜 본질을 회피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명심하기 바란다. 본질을 꿰뚫지 않으면 화려한 수사는 가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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