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함께 생각도 쑥쑥

여름방학 과제 중 하나가 부안영화제에 참여하여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올해가 두 번째라는데 작년에는 영화제를 하는 줄도 모르고 넘어갔다. 나는 영화에 대해 관심도 많고 영화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올해는 꼭 영화제동안 좋은 영화를 보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영화제는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참여하는 사람도 적었고 영화를 보는 장소도 좀 그랬다. 그래도 어떤 영화들은 감동적이었고 영화를 보고 나자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그중 ‘나무를 심는 사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중 하나다. 영화의 내용은, 오랜 세월동안 나무를 심던 사람도 늙어가고 나무도 같이 늙어간다. 그 나무는 한 그루씩 한 그루씩 늘어나 엄청난 숲을 이루게 된다. 한 사람 덕분에 우리는 하나의 숲을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 나는 늘 보는 나무였기에 주변의 나무들을 보아도 별 생각이 없었다. 식목일날도 그냥 공휴일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부안영화제에서 그 사람을 보고 감동을 받았으며 나무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그 사람처럼 꼭 내 나무를 심어 부지런히 가꾸고 싶었다.

두 번째 영화는 뽕잎으로 과자를 만드는 내용이었다. 정말 그때는 먹어보고 싶어서 엄마한테 만들어 달라고도 했었다. 뽕잎은 다른 잎들보다 약간 큰데 그걸 가지고서 어떻게 과자를 만드는지 신기했다. 메모장을 가지고 왔으면 이런 것들을 적어 놓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까웠다.

기억나는 대로 뽕잎과자 만드는 방법을 적어본다. 먼저 뽕잎을 따다가 찐다. 그 다음은 찐 뽕잎을 말린다. 말린 뽕잎은 가루를 내어 밀가루와 섞는다. 이것을 재료로 과자를 만든다. 정말 신기했고, 다른 잎들도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다음에는 부안에서 있었던 핵폐기장 이야기다. 우리가 그때 핵폐기장 때문에 학교도 안 가고 할 때가 6학년 때였다. 학교를 안 가니까 일단 좋긴 좋았지만 그래도 약간 걱정이 되었다. 부안 영화제에서는 우리가 처음에 시작한 핵폐기장 운동부터 영상 슬라이드로 보여주었다. 나는 그때 친구들과 같이 밖에 나가 총도 쏘고 했던 추억이 생각났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우리 가게 앞에서 폭약을 던지면서 철없이 놀던 기억이다. 그밖에 기억나는 것들은 휴교를 했을 때였다. 그때 가족끼리 핵폐기장 반대한다고 집회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 열심히 구경도 하고, 할머니랑 할아버지를 찾는다며 헤매기도 하고, 거기에서 친구들을 만나 재미있게 놀았었다.

또다시 그때와 같은 혼란스런 핵폐기장 반대투쟁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냥 즐겁게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날이 또 왔으면 좋겠다. 크~ 말도 안 되는 거 나도 안다.
아무튼 핵폐기장 반대 투쟁 영상을 보면서 그때 생각을 하니까 내 입장에서는 그저 재미있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런 영화를 만드는 분들의 힘들지만 이렇게 의미 있는 일들이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고, 생각을 키워준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년에는 더 좋은 부안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청소년 시절의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 가는 훌륭한 시간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년에는 예술회관에서 더 편하게 영화를 보기를 꼭 소망한다. 사실 감동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마당에서 모기에 물리면서 영화 보는 것은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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