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하게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자

이현민/농업
부안독립신문 창간 1주년이 되었다. 함께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다. 얼마나 힘들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지 알만한 이들은 알고 있으리라.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주제에 무슨 말할 자격이 있겠는가? 다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초심을 버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신문을 꺼내 들여다본다. 창간호에 실렸던 창간 취지문에 시선이 머무는가 싶더니 새삼 일년 전 서로가 나누었던 다짐들이 눈에 들어온다.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는 부안의 정신을 모태로 하여 개발논리를 정면 비판하고, 권위주의 권력체제를 해체하기 위하여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다하겠다. 주민의 자치의식을 높이고 지역 자립경제의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 지역의 현안과 정보를 다양하게 접하도록 하고,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밑거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신문의 역할을 한시라도 잊지 말자.

‘한국사회를 주도하는 언론의 대부분이 주식지분을 독점한 사주의 언론이다. 그렇기에 민족을 유린하고 독재자를 옹호하였던 기존의 신문을 거부하고, 부안 주민과 기자, 직원 모두의 신문으로 만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하였고, 이에 흔쾌히 동의를 표하며 부안주민들은 주식지분의 절반을 포기하였다. 어떠한 압력과 권위에도 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지난 부안주민항쟁의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언론에 치를 떨었다. 언론이라고 이름 붙은 것들이면 하나같이 부안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던가? 또 한결같이 정부와 한수원, 강현욱과 김종규의 나팔수가 되어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고 폭도로 몰아붙이지 않았던가?

부안주민은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낼 언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고, 결국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우리의 눈이 되고 입이 되고 손과 발이 되어,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보듬게 할 ‘우리의 신문 - 부안독립신문’을 마침내 창간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한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볼 맨 소리가 끼어들기도 한다. 자기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구독을 중지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마구잡이로 흔들어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이 ‘우리의 신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뛰지 못한다고 구박하는 어른의 경솔함만을 탓하진 말자. 다시 한번 겸허하게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자. 모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였던가? 혹시라도 잘못 판단하거나 나태하지는 않았던가?

문득 침대 머리맡에 붙여두었던 부안군민 생명평화기도문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힘들 때 남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가다듬자던,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고 함께 부안의 희망을 만들어 가자던 우리들의 희망의 메시지 - 기도문을 천천히 외어본다.

나는 반생명과 반평화의 싹이 내 마음과 말과 행위에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심에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나 자신을 작고 힘없는 존재로 여기는 수동적이고 의존하는 삶에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나는 반핵 평화의 큰 길 밝히는 작은 빛이 되고, 깊은 강 이루는 물방울이 되겠습니다.
산과 바다와 땅에 감사하고 삶의 터전을 지키는 생명과 평화의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일구고 힘있게 만드는 참 일꾼이 되겠습니다.
나는 생명과 평화를 이루는 거대한 힘이 바로 내 마음과 말과 행위에 있음을 믿습니다.
진리와 정의를 사랑하고, 이웃과 하나 되는 것에 있음을 믿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변함없는 나의 정성과 실천이 사랑하는 부안과 온 세상을 생명과 평화의 누리로 바꿀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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