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희망을 안고 전국을 순례하고 있는 ‘순례자 집단’이 있다. 2013년부터 시작하여 이미 217일 동안 3788km나 걸었다. 그리고 다시 영광에서 광화문까지 걷고 또 걷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걷는다고 한다. 이 국토를 후쿠시마같은 사고에서 지켜내기 위하여 걷는다고 한다.
이 분들을 반겨 맞은 부안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고작 1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7만이 되지 않던 시절 몇 만명씩 매일 촛불집회를 하던 부안 군민들에 비하면 정말 적은 사람들이다. 그래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이 희망이다. 적은 사람들이나마 반겨서 그들을 맞이하였고 그들과 함께 기도하며 순례를 마쳤다.
탈핵과 반핵의 작은 접속이다. 가느다란 접속이다. 하지만 희망의 접속이다.
돌이며 보면 반핵 투쟁이 끝난 뒤,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부안 시민발전소에서 태양광 발전을 시도하였고, 주산면에서는 유채 기름을 연료로 사용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부안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은 주목 받지 못했고, 바뀐 군정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은 없었다.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가 하서에 들어섰으나 그것을 매개로 한 재생에너지 산업을 유치하지 못했다.
만약 군에서 주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을 전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 일에 대하여 소용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그렇게 일을 추진했다면 부안이 갖는 반핵의 상징성에 더불어 효과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반핵투쟁 당시 외지 기자들이 깜짝 놀랐던 것은 부안의 할머니들조차 핵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동원된 할머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핵이라는 것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부안 사람들은 공부를 했고 그런 인식을 공유했었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부안의 커다란 자산이다.
부안 제3농공단지가 만들어지는데 유치기업을 ‘농식품 기업’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수사가 붙을 수 있지만, 결국 농도(農都)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발상을 전환하면 어떨까? 지금의 군수는 ‘반핵 투쟁’을 유발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하여 진정 반성하고 있다면, 이왕 군민들의 새로운 선택을 받은 마당에, 역으로 ‘재생 에너지’ 사업으로 진정 자신의 경솔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이런 방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찬핵’과 ‘반핵’을 넘어 ‘탈핵’으로 하나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반성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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