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정
며칠 전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자가 백만 명이 넘었다고.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지난 3년 동안 정부에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쏟아 부은 돈이 무려 43조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 많은 돈을 들였는데도 청년들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실업자가 늘어나자 올해는 17조원을 더 들인다고 합니다.
저는 평생을 살아봐야 1억도 만져보기 힘든 가난한 농민인지라 17조원이란 돈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인지, 또한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일년 만에 다 쓸 수 있는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실업자란 말 그대로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요. 도시에서는 백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오히려 농촌에서는 일할 젊은이가 없어서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신해서 농사를 짓고 있으니 말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것은 흔하지 않는 일이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낯선 외국말을 밭에서 듣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아마 이대로 몇 해가 더 지나면 우리 농촌은 아예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채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시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농촌에서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를 끊임없이 들여와야 하는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 사회가 과연 제대로 된 건강한 사회일까요? 어떻게 하면 이 모순된 현실을 헤져나갈 수 있을까요?
김종규 부안 군수가 가장 애쓰고 있는 일 중의 하나가 부안군의 인구를 늘리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부안군 인구를 늘리기 위해 주소지를 부안군으로 해달라는 호소문을 읽어보기도 했고 현수막도 여러 번 보았으니까요? 그런데 김종규 군수는 무엇 때문에 부안군 인구를 늘리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저 단순하게 세금을 더 걷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내가 군수로 있는 동안 부안군 인구가 조금이라도 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까요?
부안군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애쓰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부안군이 살기 좋은 고장이 되려면 지금처럼 단순하게 주소지 옮기는 것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부안군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고향에 남아서 계속 살겠다고 하는 젊은 친구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아마도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입니다. 모두들 고등학교만 마치면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날 생각들만 하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고향을 버리고 모두들 떠나가 버리는데 부안군의 인구가 늘어날 리가 없습니다. 젊은이가 없는데 활기찬 고장이 살맛나는 고장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젊은 친구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즐겁게 살 수 있는 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도시의 젊은 친구들이 도시를 떠나 살고 싶은 부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부안은 바다와 들판에서 온갖 해산물과 곡식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고장이고 다른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축복받은 땅입니다. 그만큼 사람살기 좋은 고장이지요. 이 좋은 조건을 잘 살려야 합니다.
우선은 김종규 부안군수께서 정부에 요구를 해 보십시오. 도시의 청년실업 문제 도시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도시는 일자리가 없지만 농촌은 일 할 사람이 없다. 우리가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해 볼 테니 예산의 일부를 우리 부안군에 투자해라. 우리 부안군에서는 그 돈으로 기초살림대학을 만들겠다. 기초살림대학에서는 청년들이 농촌에 뿌리내리며 살 수 있도록 농사일은 기본으로 익히고, 집 짓기, 장 담그기, 옷 만들기, 그릇 빚기 등 스스로 제 앞가림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하겠다. 그리고 기초살림대학을 마친 청년들은 우리 부안군에 자리 잡고 살 수 있도록 집도 마련해주고 농사지을 땅도 마련해 주겠다. 농사뿐만 아니라 바다와 들판에서 수확한 풍부한 해산물과 농산물을 가공해서 팔 수 있는 사업장도 여러 곳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청년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할테니 정부에서는 많이도 말고 17조원의 일부만 떼어서 투자를 해보아라. 해마다 십조원이 넘는 돈을 쓰고도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번 해 볼만 하지 않겠느냐고 적극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안군에서도 도시로 나가지 않고 고향에 뿌리내리고 살겠다고 하는 젊은 친구가 단 한명이라도 있다고 한다면 적극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합니다. 부안군에서 운영하는 장학재단의 돈을 도시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들에게 쓰지 말고 우리 고장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주십시오. 그 젊은이들이 우리 부안군을 사람사는 고장으로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도시에 나가 있는 젊은 친구들도 “어! 고향에 남아 있는 친구를 보니까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네. 나도 도시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사는 것보다 고향에 내려가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런 마음이 들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도시는 이미 생명을 다했습니다. 생명이 다한 도시에서 희망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이제는 농촌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젊은 친구들이 농촌에 뿌리내리고 살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산을 마구 마구 파헤쳐 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은 우리 아이들을 도시로 내보내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