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순이씨

나순이(백산면) 씨는 부안군청 미화부에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 미화원이다.
직업을 갖기 전에는 살림을 하며 외손자를 키웠었다. 집 앞의 200여 평의 밭을 가꾸며 외손자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살다가 딸의 가족이 수원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삶이 무료해 졌을 때, 마침 군청에서 미화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원했다고 한다.
“부안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나요?”
예상을 깨고 부안출신이 아니라는 나 씨는 자신은 충남 서천 출신이고 7살 많은 남편은 전남 화순 출신이라고 답한다.
“23살에 결혼하여 남편과 서울에서 살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당시 13살이었던 딸과 12살 아들을 데리고 귀농했어요. 그 후 몇 년은 경북 상주에서 살다가 다시 부안으로 돌아와 살고 있죠”
“남편과는 연애로 만나셨나요?”
“아뇨. 중매예요. 남편은 키가 크고 잘생겼지만 첫인상은 별다른 느낌이 없었어요. 남편은 저를 소개 받기 전에 몰래 보고 갔는데 웃는 모습이 좋아서 반했다고 하더라구요”
아닌게 아니라 나 씨의 웃음은 참으로 화사했다.
“언제부터 봉사활동을 하신건가요?”
자원봉사센터의 추천으로 만난 나 씨였기에 궁금하던 차였다.
“외손자를 키우던 때는 무척 젊은 할머니였어요. 먹이고 입히는 것 말고 아이와 재밌게 놀아주고 싶어서 ‘풍선아트’ 무료강좌를 들었고 봉사기회가 주어졌죠. 그때부터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봉사를 해왔는데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더라구요”
나 씨는 외손자가 가족과 함께 나 씨의 품을 떠난 후, 적적함을 달래고자 낮에는 부안군청 미화부에서 일하고 밤에는 못 다한 학업을 계속했다.
가정형편상 중학교만 졸업한 나 씨는 정읍의 남일고등학교를 거쳐 전북과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졸업을 하기 위해서 30시간의 봉사시간을 채워야 했는데 마침 복지관에서 이·미용 강좌가 있어 이수 후 이·미용 봉사를 하게 됐다 한다. 다른 무엇보다 다친 허리로 인해 목이 불편한 남편과 친정엄마, 연로하신 동네 어르신들의 머리를 잘라 드리고  기쁨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필요에 의해 시작된 봉사활동이 이젠 삶의 일부가 되어 그녀를 충만케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1년 중에 어린이날과 부안마실축제 기간이나 어르신 생신 등엔 ‘풍선아트’로 봉사를 하고, 평소에는 꾸준히 ‘아름드리 이미용’이란 모임의 일원으로 1 달에 1회씩 이·미용 봉사를 8년 째 해오고 있다는 나 씨에게 어느새 봉사는 지극히 자연스런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2013년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취업코자 했으나 많은 나이로 인해 좌절을 겪었다는 나 씨는 이젠 손에 익은 청소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봉사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자신의 평범한 삶이 전혀 기사거리가 될 수 없다고 손사레를 치지만 그녀의 봉사활동은 가까이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대다수의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런 봉사의 삶을 칭찬하여 2016년 행정자치부장관이 수여한 표창장 ‘아름이 미용봉사상’은
어찌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삶을 가꾸는데도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그녀는 오전 7시에 미화일을 시작해서 오후 4시에 끝낸 후, 복지관에서 요가와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있다. 요가는 노화를 방지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효과가 있고 남편과 함께 즐기는 댄스스포츠는 삶에 활력을 준다고 말하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요즘 살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요?”
“남들이 들으면 우습겠지만 남편이 자상하게도 방의 구들을 침대처럼 높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일과 후 남편이 팬 장작으로 데워진 침대구들에 누우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아요”
“남편이 고생하고 들어오는 아내를 위해 장작을 패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흐뭇한데, 그 정성의 구들에 누우면 당연히 행복하겠는걸요?”
“남편은 결혼 전 사고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저는 자신을 이해해 준 것에 대해 제게 늘상 고마움을 표했고 전 자상하게 집안일까지 도와주는 남편에게 자주 고맙다고 말해요”
나 씨의 얘기를 듣다 보니 긍정적 삶의 힘의 원천은 바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에 있다는 작은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잘 살고 계시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봉사도 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가족이 건강하고 텃밭도 가꾸면서 소소히 살아가면 그게 행복 아닐까요?”
우리네 삶의 행복이란 어쩌면 화려하고 거창한 수식어로 채색되기보다 담백한 언어로 표현되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를 늘 마음에 담아두고 수시로 꺼내 정화시켜야 실현되는 일련의 반복과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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