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사간원이라는 관청은 간쟁기관이다. 임금에게 소위 ‘싫은 소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절대 권력인 왕권은 늘 부패할 위험이 있는데 왕에게 늘 ‘경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마련해 놓은 기관이다. 그래서 다른 기관의 신하가 왕에게 말하면 큰 화를 당할 일도 사간원의 신하가 말하면 용납되는 일이 많았다. 그들의 원래 직분이 ‘싫은 소리’이니 그 직분을 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서양에서는 절대 왕정의 시대를 거쳐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3권 분립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핵심요지는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성격대로 나눠 서로 견제를 통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법권이 독립되어 법에 따라 법관이 양심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한다. 행정 집행에 대한 권한을 행정부에 주고, 입법부로 하여금 그 권력에 대하여 견제할 수 있도록 입법 권한과 심의 권한을 주었다. 그래서 입법부에서는 늘 행정부에 대하여 ‘싫은 소리’를 할 수 있게 보장하였다.
지방에도 같은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사법체계는 국가 체계로 지방에 영향을 미치고, 군수에게 군의 행정권한을 주고, 군의원들에게는 그것을 견제할 권한이 부여되었다. 그렇다면 군의원들의 할 일은 소위 ‘싫은 소리’를 끊임없이 함으로써 혹여나 군행정이 부패하지 않도록 늘 견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공무원비리 판결이 났을 때 군의원들은 ‘공무원의 사기’를 혹은 ‘해당 공무원의 불이익’을 걱정한다. 그리고 ‘군의 체면’을 걱정한다. 군에서 할 걱정을 하고 있다. 도리어 군의원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서, ‘견제’하지 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을 ‘반성’해야 할 텐데 말이다. 이제라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기관장의 사과와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하는데, 자신의 역할을 모르고 다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군의원이라는 직함은 군수의 하위직급이 아니다. 독립된 기관이다. 군에서 유일하게 군수와 ‘맞짱’ 뜰 수 있는 기관이다. 그런데 많은 군민들은 의원들을 ‘작은 군수’ 혹은 ‘내 말 들어주는 면장’처럼 생각하고 있다. 군의원들이 그런 취급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건 대단히 모독적인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의원들은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고춧가루는 김치와 만나면서 음식사에 혁명을 일으켰다. 보통 동물성 단백질은 부패할 위험이 많은데 고춧가루와 함께 버무려짐으로서 부패를 방지하게 되어 최고의 완전식품이 탄생한 것이다. 군의원들의 역할은 ‘고춧가루’지 배추가 아니다. 고춧가루가 제 역할을 해야 명품 김치가 만들어진다.
새해에는 텔레비전에서 국민들을 시원하게 대변하는 국회의원같은 군의원이 한사람쯤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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