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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사진] 하늘이 어찌 항상 맑으랴이혜순/상서

개암사 울근바위를 처음으로 가족이 함께 산행을 했다. 나무지팡이를 짚고 난생 처음 산을 오르는 막내를 위해 산 중턱에 걸터앉아 잠시 쉬는 동안 찍은 사진이다.

생후 7개월부터 아픈 심장 때문에 수술을 받기 시작한 막내는, 혈액응고를 막아주는 약을 매일 복용하며 중학교 2학년까지 학교 체육시간에도 마음껏 참여할 수 없었다. 세번째 수술을 하고 약을 먹지 않아도 될 즈음 마음먹고 함께 산을 올라보았다. 왕복4시간. 다른 팀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시간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많은 것을 서로 나누며 산길을 걸었었다. 서로 손 잡아 주고, 기다려 주며….

대전으로 유학 온 남편과 대학에서 만나 1981년에 결혼을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다정다감한 남편은 지금도 가끔씩 플룻을 불어준다. 내가 좋아하는 가곡으로. 그 시절 옆방에 세 들어 살던 이가 문화방송 PD라 연주회 초대권을 갖다줘 둘이서 곧잘 공연장을 찾곤 했었다.

부안으로 옮겨와 살면서 문화행사의 혜택이 줄어 아쉽지만, 아름다운 산 ·들 ·바다가 주는 위로는 두 아들을 낳아 기르는 동안 내게는 더 없이 큰 스승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산과 들의 색깔, 동트는 바다와 노을, 흐렸다 개었다 너른 들판을 때리는 엄청난 천둥번개 등 어찌 날씨만 변화무쌍하랴. 살아내야 하는 시간 전부가 변화인 것을.

높은 산이 별로 없어 더욱 커 보이는 하늘과 들판에 핀 작은 꽃들을 마음에 품고 산다. 이맘때쯤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이제 둘째는 약을 먹지 않는다. 2년마다 한 번씩 검진하는 것 말고는 또래들과 다름없이 잘 자란다.

11월이면 제대하는, 남편 꼭 닮은 큰 아들과 힘들게 세 번씩이나 큰 수술을 받고도 씩씩하게 자라주는 작은아들. 술을 너무 좋아해 가끔 내 속을 썩히지만 그래도 날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남편과 함께 우슬제 고개에서 육계농장을 하며 잘 살고 있다.

작년부터 손수 황토흙 벽돌을 만들어 짓기 시작한 황토집은 내년 우리 마을이 녹색체험마을로 지정되면 친환경 황토 민박으로 자랑하고 싶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부안을 지켜나가는 일도 더불어 열심히 하고 싶다.

이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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