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다. 정치가 바로 서지 못하니 온 국민이 나라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급기야 지난 12일에는 100만 국민이 손수 팔을 걷어 부치고 ‘국민의 정치’를 시작했다.
부안 군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일 이후 비록 적은 인원이지만 매일 밤 읍내 홈마트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고, 광화문 집회 때도 300여명이 관광버스 8대에 나눠 타고 올라가 힘을 보탰다.
이분들은 정치인도 아니고 유난스레 나서기 좋아하는 중뿔난 분들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고 상식적인 분들로, 권력 잡은 자들 하는 짓거리가 워낙에 상식에 어긋나다 보니 나라 걱정에 광장으로 나가 소신을 밝히는 것뿐이다. 자연스럽다.
그런데 정작 나서야 할 이들은 침묵하고 있다. 자칭 타칭 부안의 정치적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 또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들 얘기다.
지인들이 수차례 촛불집회 참가를 권유했으나 이 핑계 저 핑계로 고사한 인사 이야기도 들리고, 광화문 집회에 참가하는 군민들과 줄줄이 악수를 나누더니 정작 자신은 빠지는, 그런 인사도 보인다. 심지어 촛불집회 말미에 나타나 참가자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면서 인지도 올리기에 열을 올리는 인사도 있다. 이게 리더가 할 짓인가. 어처구니 없기가 최순실 급이다.
단언하는데,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힐 수 없는 사람이라면 리더 자격이 없다. 내 나라 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치 별천지의 일마냥 먼 산 보듯 하는 사람들에게 어찌 큰일을 맡길 수 있을까.
만약 정치인들이 구경하다가 떡 주워 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큰 착각이다. 맡겨놓았던 정치에 국민들이 나서는 건 현재 정치를 불신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박근혜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정치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군민들 사이에서 지금의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꾼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군민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한다고 의심한다.
군민들은 공공연히 묻는다. 왜 정치인들은 비정치적인 모임에는 그렇게 열성적이고, 정작 정치적인 상황에서는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가? 사람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지도하려는 것에 대한 의지는 없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가에만 관심을 갖는가? 그들은 왜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인형처럼 웃으며 악수하려고나 하지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 않는가?
마침내 군민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군민이 품고 있는 분노와 열정을 읽어내고 대변하는 것엔 관심이 없고, 사람들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자기 얼굴 알리는 것에만 관심 기울이기에 열심인 사람들은 진정 정치인인가, 이런 사람들에게 부안을 맡겨도 되겠는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 말이다.
지금은 혁명기다. 시민 의식이 폭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박근혜의 비선 실세 국정농단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 곳곳에 틀어박힌 모든 문제들이 표출되고 있고, 그래서 총칼을 든 혁명은 아니지만 의식에서 대변혁이 일어나는 혁명기라 할 수 있다. 이 혁명의 시기에 그 흐름을 못 따라가면 모두 몰락하고 만다. 특히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의식의 흐름을 벗어나서 자신만의 이익을 도모할 때 급격하게 몰락할 것이다.
부안에서도 잠자는 청장년이 움직이면 이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부안의 정치인들이여, 모쪼록 정신 차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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