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영두(전북동화중학교장, 전북교총회장)
얼마 전 부부싸움 중 남편이 화를 참지 못해 휘발유를 사다가 집안에 뿌리고 불을 내 딸이 사망하고 아내는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순간적인 욱하는 감정을 삭이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가정파괴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큰 사건 대부분은 일시적 감정의 폭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위주의 생각으로 판단하여 이성을 잃고 본능적 감정행동으로 일관한 사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사건의 발단들을 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야말로 호박잎, 깻잎 한 장과 같은 사소한 일로 불행을 불러들인 것입니다.살면서 크고 작든 갈등으로 인해 의견충돌이나 다툼은 당연히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갈등이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고 그를 슬기롭게 극복해 가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감정에 치우쳐 막 나간다면 그 만큼 마음의 상처나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치달을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이성적 판단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장면마다 올바른 판단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갈등의 장면이 삶의 현장에서는 다양하게 나타나겠지만 부부의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혼을 결심하는 많은 부부들은 그 원인을 성격의 차이에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심리전문가인 고트만 박사는 그 원인이 성격의 차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많은 부부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부부 간의 대화방식이 이혼을 가능케 하는 요인임을 발견했다 합니다. 부부 간 대화방식 중 가장 큰 네 가지 위험 요인은 바로 ‘비난’, ‘모욕’, ‘자기변명’, ‘도피’라고 합니다. 이 네 가지 위험 요인이 활개를 치게 되면, 그것이 두 사람의 사랑을 갉아 먹어서, 부부 사이의 감정적인 골을 깊어지게 만들며, 고독감에 휩싸여서 우정도 친밀감도 다 잃고 이혼이라고 하는 비탈길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부부 간의 대화의 장면에서 발견하는 것은 호박잎과 같은 아주 작은 차이가 부부관계를 결국 천국과 지옥을 오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부 갈등의 극복을 통해 어떻게 하면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는지 그 방법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 불만을 말하더라도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가령 남편이 반대하는데도 배우자가 우겨 모든 일을 자신이 하겠다고 해서 개를 기르는 일을 허용했는데 막상 키워보니 마당 여기저기에 개똥이 널려 있습니다. 아내가 미처 치우지 못하자 남편이 말합니다.
“여보, 뜰 여기저기에 개똥이 널려 있잖아요. 이게 모두 당신이 무책임한 결과예요.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어요. 믿은 게 내 잘못이지” 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인격을 무시하고 직설적 표현으로 마음의 상처만 커질 뿐입니다. 
둘째, ‘당신은’이 아니라 ‘나는’이란 말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나’로 시작하는 표현이 ‘당신’으로 시작하는 말보다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자기변명으로 내모는 요소가 적어 부드럽게 들린다고 합니다. 가령 부부가 직장인인데 육아문제로 갈등이 생길 경우 “당신은 전혀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군요.”보다는 “나 혼자서 온종일 애들을 돌보는 것 같아요”라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투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완곡하게 전달하는 표현을 할 때 마음의 상처가 덜 하다는 것입니다.
셋째, 좀 더 구체적으로 필요를 말해야 한다고 합니다. 성격이 급하신 분들은 “척 하면 척 하고 알아야지”라고 표현을 합니다. 강한 지시적 표현입니다. 가령 어지러워진 부엌을 보고 “당신, 부엌을 왜 그렇게 어질러 놨어요?”라는 강한 표현보다는 “부엌에 흐트러져 있는 당신 물건 좀 치워줬으면 고맙겠어요.”라고 하는 부드러운 필요적 표현이 사이를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합니다. “최근 내게 통 관심을 안 가져주는 것 같아요”라는 부정적 표현보다는 “예전엔 매주 토요일 밤에 둘이서 외출하곤 했던 일을 기억하고 계세요? 나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해준 당신이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좋든 싫든 간에 부부가 만나 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올바른 대화법입니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상대방에게 일방적 지시 위주가 된다면, 비록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할지라도 결코 친밀하고 화목한 부부 관계는 형성될 수 없습니다. 강요에 의한 자신의 만족은 상대방의 희생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을 지내면서 좋은 대화로 소통을 유지해 가다보면 친밀감은 저절로 형성되리라 생각합니다. 운명적인 만남으로 엮어진 부부, 그리고 가족 간에 화목을 위해서는 건강한 대화기술을 익혀 활력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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