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실과소별로 군정홍보 방안 마련 토론회 열어
각종 축제홍보에 ‘인구 늘리기’와 ‘장학금’ 독려도
군민 “단체장 치적 쌓기 오해 불러 역효과 날 것”
침묵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불만도 쏟아져

공무원들에게 과중한 홍보 업무가 주어지면서 부안군청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적잖게 터져 나오고 있다.
부안군청은 최근 효과적인 군정 홍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 직원이 각 실과소 별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현행 홍보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서는 ▲개인 SNS나 블로그 등을 활용 ▲민선6기 공약이나 시책사업을 새올시스템(행정내부전산망)에 올려 전 직원이 공유 ▲주요정책을 마실영화관 영화상영 전 홍보영상으로 제공 ▲경로당 출장 때 어르신들께 군정소식지 ‘축복의 땅 부안’ 직접 읽어 주기 ▲지역여론을 주도할 계층에 지속적 중점 홍보 등 다양한 방안이 쏟아졌다.
하지만 상당수 공무원들은 이같은 홍보 방안이 마뜩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인 SNS는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이버 공간인데 이를 군정홍보로 이용하라는 것은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또 타 부서 업무를 공유하고 숙지하는 것 역시 업무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어르신들에게 군정소식지를 읽어준다든가 여론 주도 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 방안 역시 공무원의 일상 업무라고 하기엔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진짜 토론해야 할 문제는 부안군 전체 공무원의 홍보맨화(化)가 과연 공무원 본연의 업무로서 합당한가, 라는 게 군청 주변의 시각이다.
홍보를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공무원이 군정 홍보에 나섬으로써 오히려 주민들의 반감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A씨는 “내가 맡은 업무를 제대로 하면 홍보를 안 해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다 안다”면서 “그런데 행정이 먼저 생색을 내면 칭찬 받을 일도 반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귀뜸했다.
군청 공무원들은 이처럼 상시적인 군정홍보 외에도 곧 있을 ‘정명600 기념행사’를 비롯해 ‘오복드림 볏짚축제’, ‘가을애국화빛 축제’ 등 각종 축제 홍보와 ‘잼버리대회 유치’를 위한 홍보에도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매년 마실축제 전 2개월가량 휴일도 없이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며 홍보를 해온 공무원들로선 본연의 업무보다 홍보 업무가 더 많다는 하소연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현재 부안군청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구늘리기’와 ‘장학금 후원회원 가입 독려’ 업무와 관련해서도 공무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업무는 부서별로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직원이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자체 실적보고회’를 가지면서까지 목표 달성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모 부서에서는 11월말까지 초과달성 직원에게는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상품권)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군민은 “현재의 인구늘리기 정책은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라면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출산장려정책을 확대한다거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해야지 지금처럼 공무원들을 내몰아 단순히 주소지만 옮기게 하는 건 실정법 위반 소지마저 있기 때문에 중단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군민 김아무개씨(57)도 공무원들의 장학금 모금 독려와 관련해 “어느 면 직원이 살림이 어려운 독거노인에게까지 장학금 후원회원 가입을 권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하며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대대적인 홍보 정책이 결국은 단체장의 치적 쌓기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민은 “공무원들 중심의 이런 대대적인 홍보는 일상적인 선거운동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군민의 공복인 공무원들이 마치 단체장의 수족처럼 움직여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소신을 갖고 일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입 다물고 있는 공무원노조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 B씨는 “얼마전 군청 노사체육대회가 열렸을 때도 주말에 열리는 것을 막아야 할 노조가 오히려 토요일로 날을 잡은 것을 마땅찮게 생각한 직원이 많았다”면서 “모든 직원들이 홍보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침묵한다면 노조가 왜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요컨대 군정 홍보는 물론 축제나 행사홍보 방식이 가뜩이나 7~80년대식의 구태의연한 방식이어서 군민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 또 이처럼 자화자찬식 ‘대놓고 홍보’를 펼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게 많은 군민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기왕 홍보가 필요하다면 좀 세련되게 ‘안 하는 것처럼 하라’는 주문도 일부 군민들 사이에서는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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