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80일 앞둔 고3을 만나다수시합격에 웃고 울고

“시험 잘 본 것 같냐구요? 암울하죠.”
30일 오후에 만난 부안고 기숙사의 세 단짝친구 승원이, 호철이, 재현이. 방금 전까지 수능 모의고사를 7시간에 걸쳐 치른 터라 잔뜩 지친 표정이다.

수능을 80일 앞둔 입시생이 다 그렇겠지만 이들이 이날따라 더 지쳐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전날 1학기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가 났던 것. 하지만 승원이와 호철이는 합격자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재현이는 수시를 보지 않고 바로 정시에 응할 생각이다.

“합격자 발표를 하는데 반 아이들 반응이 가지각색이었어요. 어떤 애들은 발광을 하며 좋아하고, 떨어진 애들은 침울해 하고…. 아무래도 부담이 훨씬 더 커지죠. 합격한 애들은 자유를 얻었지만 우린 다르잖아요.”

대학별 수시입학전형이 다양해지면서 어느 학교에서나 나타나는 풍경이다. 1학기 수시전형에 2학기는 1·2차 수시전형으로 나뉘고, 정시도 가나다 유형으로 세분화 돼 있다. 대학별로도 논술·면접·수능·내신 등 입학전형이 각기 달라 세세하게 정보를 체크하고 적절한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관계로 ‘성적만 좋으면 대학 간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 입시생들의 필수 행사였던 수능 100일도 올해는 친구들끼리 모여 농구시합 한판 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통학거리가 멀어 집 대신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세친구의 하루일과가 궁금해졌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운동과 아침식사를 하고, 7시40분까지 등교해요. 8시 반까지 자율학습하고, 오후 6시 20분까지 수업을 받죠. 저녁을 먹은 뒤엔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하고 기숙사에 들어가서 12시까지 또 학습을 해요. 그 다음부터는 자유인데 자는 애들도 있고 2~3시까지 공부하는 애들도 있어요.”

점심시간을 합해 쉴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면 13시간 이상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운동을 하고 싶지만 피곤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맨손체조만 간단히 하다 보니 체력 또한 많이 약해져 있다. 그 때문에 호철이는 “가만히 있어도 괜히 짜증이 난다”고 호소한다.

도시에서는 과외나 논술학원과 같은 사교육에 많이 의존하는 반면 농어촌에서는 학교가 모든 교육을 책임진다. 이런 점을 제외하면 입시 부담은 수도권 학생이나 농어촌 학생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승원이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입시만 없다면 학교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곳”이라고 잘라 말한다. 승부가 전부인 것 같은 입시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경쟁심이 붙을 만도 하지만, 같은 처지에서 공부하다보니 오히려 유대감이 생겨 서로 보듬어주게 된다는 것. 물론 합격한 친구들에게 ‘샘’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녁식사 시간을 이용한 짤막한 인터뷰가 끝나자 다시 학교로 돌아갈 시간. 사이좋게 걸어가는 세친구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할 일이 오늘 본 모의고사 ‘오답 정리’라고 했던가.

학교로 향하는 세 친구들에게 입시생으로써 부모님에게 바라는 점이 없는가를 물어봤다. 한참을 고민하던 재현이가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들도 자기 자식이 어떤 대학을 가야할 지 많이 고민하시는데, 우리가 가려는 길을 너무 부정하지 마시고, 믿고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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