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 권한 대폭 축소, 행정 권한은 강화
“기존 수탁자 배제 위한 것 아니냐” 의혹도

석정문학관을 운영하는 수탁자 선정과 재수탁 절차 등의 내용을 담은 석정문학관 운영 조례 개정안를 둘러싸고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부안군은 최근 ‘부안군 석정문학관 운영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부안군의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수탁자의 선정이나 재수탁, 수탁의 취소, 운영위원회의 기능과 관련된 조항들이다.
이 가운데 제16조 제2항 재수탁의 경우가 특히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위탁기간 만료일 30일 전까지 위탁사무처리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군수가 선정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개정안에는 ‘해당기간 만료 90일 전 위탁운영 기간 갱신 신청을 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운영위원회 심의 절차를 삭제한 것이다.
이 경우 운영위원회가 하던 기관 평가는 문화관광과가 자체적으로 실시, 재수탁과 탈락을 결정하게 된다. 말하자면 행정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탈락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과는 자체 평가표에 의해 공정하게 평가하기 때문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평가표를 공개하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정보라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밀실평가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기존에는 석정문학관 운영위원회가 ‘수탁기관 등 적격자 심사와 문학관 위탁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권한을 가졌으나, 개정안은 이 조항도 삭제했다. 운영위원회의 권한이 축소되는 대신 운영·관리자인 군수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밖에 수탁자를 선정할 때 기존에는 ‘전문성 및 사무처리 실적’이나 ‘시설의 설치 목적과 취지에 부합되는지 여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공개모집 하게 돼 있으나, 개정안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27조에 따른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위탁기간 3년에 갱신 제한이 없었으나, 개정안은 위탁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대신 한차례만 갱신할 수 있도록 못 박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공유재산관리법이 일반적인 행정재산의 관리와 위탁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 법령으로, 석정문학관 운영에 이 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박한 발상이라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이 부분은 정부의 행정규제 일괄정비 조치에 따라 개정되는 것이다. 우리는 법대로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밖에 의회 일각에서는 굳이 계약 만기 3개월을 남겨 둔 시점에서 행정의 입김이 강화되는 쪽으로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혹시 기존 수탁자를 배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전북도내 문인들 사이에서도 부안군이 지역 문인을 배려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전북권 문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석정이 부안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 대표시인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다. 따라서 부안군청이 석정이라는 브랜드를 단순히 행정 재산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전주에서 부안 내 일부 문인단체 관련 인사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될 정도로 별별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자칫 국가문학관 수준인 석정문학관이 부안문학관으로 전락할까 걱정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석정문학관 측은 개정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해당 조례 개정안을 받아본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우리는 상위기관인 부안군청의 의사에 따를 뿐 달리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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