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읍지원에서 일괄하도급 공판 열려
박과장 “김 실장의 부탁, 지시로 이해했다”

“김 실장이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며 함께 김제에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그 곳에 (일괄하도급을 요구한) 전주 업체 채아무개 대표가 나와 있어서 처음 소개 받았다”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형사1단독(재판장 이민형) 심리로 지난 26일 열린 줄포만해안체험탐방도로개설공사 일괄하도급 공갈미수 사건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에서 건설교통과 박아무개 과장은 전주업체 대표를 언제 처음 만났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박 과장은 이어 “그 곳에서 채 대표로부터 지명원을 건네받았다”면서 “막상 내용을 보니 전주업체여서 ‘전주 업체는 곤란하지 않겠느냐”라고 얘기했지만, 김 실장이 ‘검토만이라도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그 후 박 과장은 동진면 서해안고속도로 나들목 입구 다리 밑으로 원청업체 A대표를 데리고 가 지명원을 건네는 등 수차례에 걸쳐 일괄하도급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박 과장은 검찰 조사 당시 “5월 중순께 김 실장으로부터 소개해 줄 하도급 업체가 있으니 신경 써 달라는 부탁을 처음 들었다”면서 “그 후 (낙찰일인 5월 28일 전) 김 실장이 한 번 더 그런 말을 꺼냈다. 간부회의가 끝난 뒤 잠깐 남으라고 하더니 옆의 회의실로 데리고 가 재차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검사가 “이런 얘기를 부탁으로 받아들였나, 지시로 받아들였나”고 묻자 박 과장은 “비서실장은 군수가 지시한 사항을 처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시로 알아들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김아무개 비서실장은 5월 초순경 채아무개 대표가 처음 하도급을 청탁했을 때 “(하도급은) 원청업체가 결정하니까 원청업체에 가서 얘기해 보라”며 거절의사를 밝혔으나 청탁이 계속되자 승낙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이날 공판에서 채 대표의 청탁을 승낙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김 실장은 “있다. 자꾸 청탁을 하고 군수도 만나 얘기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군수를 만나 얘기를 할 거 같아서 내 선에서 검토하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승낙했다”고 답변했다.
그 뒤 김 실장은 전화 또는 대면을 통해 수시로 박 과장에게 “(하도급을)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전주업체 채아무개 대표가 낙찰 전부터 김 실장에게 하도급을 달라고 청탁을 했고, 이를 김 실장이 승낙하면서 박 과장에게 ‘검토 요청’ 내지는 ‘부탁’을 했으며, 이를 ‘지시’로 이해한 박 과장은 익산의 원청업체에게 ‘강요’를 한 것으로 요약된다.
전체 맥락으로 볼 때 박 과장이 김 실장의 부탁을 오역하고 과잉충성을 하는 바람에 사건이 커진 것으로 읽힐 소지가 다분하다. 일테면 박 과장이 ‘독박’을 쓸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처음 채 대표가 청탁을 했을 때 거절을 했던 김 실장이 수일 만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박 과장에게 “신경 써 달라”며 부탁한 이유, “2012년 처음 알게 된 후 가끔 안부전화 정도만 할 뿐 같이 식사를 하거나 친한 관계가 아니었던” 채 대표에게 박 과장을 직접 소개하고 수시로 부탁한 이유 등이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아 실체적 진실규명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다음 공판은 10월 24일 오후 2시에 정읍지원 형사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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