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독립신문이 어언 열두 살이 되었습니다. 한 띠가 돌아가는 세월입니다. 갑신(甲申)년 푸른 원숭이 띠에 태어나서 병신(丙申)년 붉은 원숭이 띠가 되었습니다. 12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매주 발행을 거듭해서 2016년 9월 23일 오늘, 584호라는 지령을 기록했습니다. 부안의 신문 역사상 신기록입니다.
지령보다 중요한 것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지켜오고 있는 ‘정론’의 전통, 독립언론의 전통입니다. 부안독립신문은 ‘진실을 보도하라’는 군민의 절대 명령을 받들고 태어났습니다. 그 후, 한 때 13명이나 되던 직원은 3명으로 줄었고, 12면, 16면을 발행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8면 발행에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편집권의 독립 등 언론이 지켜야 할 윤리강령을 목숨처럼 지켜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12년을 자랑스럽게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질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부안독립신문이 잘 할 때에는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지만, 뭔가 불안한 행보를 한다치면 매섭게 질책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독자 여러분의 관심이 오늘의 부안독립신문을 있게 한 최고의 바탕입니다.
다음으로는 주주 여러분과 이사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부안독립신문이 어려운 송사에 휩싸일 때나,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마다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함께 해 주셨습니다.
창간일을 맞아 부안독립신문 12년을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더 시리게 부안에서의 언론의 역할을 고민해 봅니다.

흰 것을 희다하고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는 것! 언론의 역할은 사실 이렇게 단순합니다. 흰 것을 검다고 말하는 것은 부정(不正)한 것입니다. 그에 대하여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부안에서는 흰 것을 검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데, 흰 것을 희다고 말하는 것을 회피하는 현상이 팽배해 지고 있습니다. 왜 흰 것을 희다고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요?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 것과 같은 세상이 왜 2016년에도 재현되는 것일까요? 군민들은 움츠러들고 당면한 문제에 대하여 발언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부안독립신문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흰 것은 희다고 검은 것은 검다고 외칠 것입니다. 이런 비판과 더불어 새로운 대안 제시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메아리 없는 외침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하루 속히 큰 목소리로 흰 것을 희다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합창처럼 큰 소리로 함께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하나 부안독립신문이 언론으로서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도화지로서의 역할입니다. 언론의 역할은 흰 것을 희다고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세상은 흑백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오방색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다채로운 빛깔은 모든 군민의 빛깔입니다.
온전히 군민들을 다 그려내기 위하여 하얀 도화지로 바탕에 깔리고 싶습니다. 이 도화지 위에서 군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삶이 각각의 고유한 색깔로 그대로 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한 점 한 점 각각 발광하는 반딧불이들이 모여서 밤하늘의 장관을 형성하듯이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부안의 거대한 서사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안의 아픔과 사랑과 눈물과 웃음소리를 다 담아내는 기록관이 되어 군민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부안 군민들의 지혜의 네트워크가 되어 부안의 행복한 삶을 가꾸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신문에 참여해 주십시오. 사진과 글을 보내주십시오. 앞으로 1년 부안독립신문은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손을 내밀겠습니다. 손을 잡고 함께 참여해 주십시오. 부안독립신문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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