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이 입원·수감됐을 때 임시의장 선출 가능목적달성 위해 지방자치법·회의규칙 짓밟아

방폐장 문제는 부안군 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생업이 망가지고, 부상과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주민들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게 패이고, 나아가 적지 않은 주민들이 전과자 신분을 달게 되었다. 국가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그들의 상처에 대해 국가권력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고, 정치권의 수많은 파렴치범들이 광복절 특사에 끼는 아수라장 속에서도 부안주민들만은 이방인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던 차 이번에는 부안군 의원 6인이 해괴한 사태를 일으켰다. 재적의원 12 중 6인이 모여 운영위원장이 개의를 선포하고 임시의장을 선출한 후, 동료의원의 사직을 처리하고 의장과 부의장을 불신임한 후, 그들의 최종목표인 방폐장 유치 동의안을 처리하였다.

그들이 부랴부랴 동료 최서권 의원의 사직안을 처리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뻔하다. 그것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모든 안건에 적용되는 일반의결정족수에 관한 규정 때문이었다. 지방자치법 제56조에 따르면 일반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과반수의 찬성으로 되어 있다. 부안군 의회 재적의원은 12명이고 그 과반수는 7명이기 때문에, 그들은 동료 의원 1인의 존재가 사라져야 했다. 최서권 의원이 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의장이 이를 반려한 것을, 그들은 물실호기(勿失好機)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최서권 의원이 제출한 사직서는 의장이 본인에게 반려함으로써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해 버렸다는 것을 몰랐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 임시의장을 선출해야 하고 선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정독(精讀)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법 제46조는 의장에게 사고가 있을 때 부의장이 그 직무를 대행하고, 부의장에게도 사고가 있을 때에는 임시의장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사고’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것은 의장 또는 부의장이 병으로 입원하거나 해외여행을 하거나 형사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되는 것과 같은 불가피한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부안군 의회 의장과 부의장에게는 이러한 사고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임시의장을 선출할 수 있는 실체요건도 성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은 임시의장을 선출했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그들이 선출한 임시의장은 법적으로는 임시의장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그 사람이 의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그 임시의장이 의장과 부의장 불신임 안건을 상정하고 출석의원 6인 전원일치로 의결되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그들의 행위는 한 마디로 불발 쿠데타에 해당한다.

그들은 운영위원장과 임시의장을 앞세워 최종목표 지점을 향해 달렸다. 방폐장 유치 동의안을 상정해 놓고, 이 또한 6인 전원일치의 찬성을 얻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부안군 의회 회의규칙 제14조 제1항은, 개의·정회·산회 및 휴회는 의장이 선포한다고 명확히 말하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운영위원장이 개의를 선포해 버린 것이다.

부안군 의회 6인의 의원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방자치법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 놓은 회의규칙마저도 종횡무진으로 짓밟고 다녔다. 그래서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법적으로는 아무 것도 없다. 오물만 뒤집어 쓴 셈이다.

1960년 자유당 정권 당시 이승만의 대통령 3선을 허용하기 위한 헌법개정이 있었다. 소위 ‘4사5입’개헌이었다. 당시 국회 재적의원은 203인이었고, 헌법개정에 필요한 의원수는 135.33…, 따라서 136인이었다. 투표 결과는 찬성 135인으로 의결정족수에 1인이 부족했다. 국회의장은 첫날 부결을 선포했으나, 이틀 후에 다시 본회의를 소집하여 가결을 선포했다. 4사5입으로 계산하면 135인이 의결정족수라는 논리를 폈다. 이 논리는 서울 모 대학의 수학교육과 교수가 이기붕에게 제공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사람도 4사5입 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차마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은, 국회의원 한 명이 엉뚱한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한자로 가(可)와 부(否)를 알지 못했다. 당황한 나머지 가와 부 모두에 날인을 해 버린 것이다. 바로 그 표가 헌법개정안 의결정족수에 1표 부족한 표였다. 각본에 전혀 없었던 3류 코메디가 연출된 것이다. 외국인들의 눈에 대한민국이 총체적 코메디 공화국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부안군 의회 의원 6인의 행위는 지방자치법과 자신들의 회의규칙을 무시한 행위이고, 법적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효과도 없는 행위이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품위에 깊은 상처를 낸 행위이다. 부안군 의원 6인의 행태를 보면서 자꾸만 자유당 정권 당시의 4사5입 개헌파동이 연상된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