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화가 놀랍다. 정보화시대로 상징되는 3차 산업혁명에 겨우 적응하는가 싶었는데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올해 초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라는 주제의 논의를 시발점으로, 인류는 1784년 증기기관의 출현에 따른 1차 산업혁명 이래 2, 3차 산업혁명을 거쳐 또 한 번 격렬한 삶의 변화를 겪게 됐다.
다보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속도와 융합으로 규정한다. 디지털, 인공지능, 바이오, 오프라인 기술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고, 하나의 기술이 발명되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 알파고가 천재기사 이세돌을 제압하는 모습에 경악하면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온몸으로 실감한 바 있다.
경제시스템에도 본질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자본주의가 수명을 다하면서 무소유, 즉 공유경제가 도래하고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니까 사유재산의 틀은 유지하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유하고 함께 사용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넓어지면서, 지구촌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무료이며 또 나눠 써야 한다는 개념이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떠받치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은 이윤추구 보다 사회공헌과 일자리창출을 목표로 하며, 대부분의 기업은 NGO나 국가가 함께 운영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공유경제의 대표모델로 떠오른 우버택시나 에어비앤비는 오히려 독점자본주의를 강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제도에도 금이 쩍쩍 가고 있다. ‘구글링’ 한번으로 원하는 지식을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좁은 교실에 구겨지듯 앉아 단순지식을 달달 외고 있는 학생들 모습은 마치 공맹시대 화석을 연상케 한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현재의 직업 가운데 절반이 없어질 거라는 논문을 발표한 옥스퍼드대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인간은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계에 맡기고 더 높은 차원에서 창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시대는 우리에게 창조성과 판단력을 기르는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의 발 빠른 변화는 차라리 매혹적이다. 성남시는 이미 시작한 청년배당정책과 무상 공공산후조리, 무상교복 등 3대 무상복지정책에 이어 내년부터는 저소득 경증장애수당 인상과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사업도 자체적으로 펼친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재명 시장은 이미 건설공사 일상감사와 설계내역 홈페이지 공개 등 원가절감 노력과 노인독감예방접종 직영전환 등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선진적인 정책을 통해 수백억원의 세금을 아꼈다고 한다.
아울러 서울시도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도시재생전략계획’에서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이 개발과 재개발에서 재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선언하며, 도시 재생을 통해 경쟁력 제고와 자생적 성장기반 확충, 지역공동체 회복 등 삶의 질 향상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고층건물과 아파트를 짓기 위해 야산을 통째 밀어버리고 정체성이 모호한 건물을 경쟁적으로 올리던 과거 개발독재 방식에서 구도심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살리며 정체성도 확보하는 창조적 재활용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처럼 세상은 어지러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부안은 마치 딴 세상처럼 멈춰 있는 느낌이다. 도시경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주거지역을 싸그리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는데 집착하거나,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뽑아내고 가로수로는 어울리지 않는 나무로 바꿔 심고 있다. 곳곳에 세워진 조형물은 부안의 정체성 따위와는 처음부터 아랑곳없어 보이고, 부안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시계탑을 세우겠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 공무원은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창발적인 아이디어에 몰두하기보다 현상 유지에 만족하고 있고, 시민과의 소통·공감을 외치면서도 문제가 터지면 가리고 숨기는 데만 급급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뿐인가. 고향에 남은 청년들은 철저히 외면한 채 외지 대학에 나간 학생들을 지원하겠다며 장학금을 거둬들이고, 나아가 자체 세입의 10%에 육박하는 년간 25억원의 세금을 장학재단에 출연하고 있다. 성남시의 무상복지나 청년배당정책과는 정반대의 방향, 즉 시대를 거스르는데 온통 정신을 팔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거리형 축제라고 자화자찬하는 마실축제는 수많은 주민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은 채 아무런 특색 없이 수년째 치러지고 있다. 내년 봄이 되면 공무원들은 또 자신의 업무 일부를 제쳐 두고 축제 영업사원이 돼 전국 팔도로 출장을 나가게 될 것이다. 어떤 이슈라도 10~20분이면 전국적인 뉴스로 전파되는 가공할 네트워크 시대에 말이다.
반면 전국 최고 축제라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맑은 화천천와 추운 기온 등 자연환경을 이용해 다른 지역에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축제로 키워냈다. 역으로 말하면, 우리도 5개의 빼어난 해수욕장과 변산반도국립공원을 이용해 바다가 없는 지자체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독특한 해양축제를 기획할 만한데 그런 움직임은 애석하게도 없다.
30여년 후인 2050년께에는 신재생에너지로만 전 국민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국가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마당에 우리는 신재생에너지 대한 전략을 고민하는데도 무관심하다. 눈앞에 닥친 공유경제 패러다임 앞에서도 부안 공무원들은 중앙부처 사무관들에게 이른바 폴더 인사를 하면서 국비를 얻어 올 생각만 할 뿐, 자체적으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공유경제 확산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언제나 그랬지만 변화는 승자에게만 너그럽다. 모두가 출발선에 선 지금 곧 들이닥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선 한발 앞서 공부하고 뛰는 방법 밖에 없다. 남이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판세가 기운 상태이고 일단 뒤쳐지면 만회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모쪼록 부안군청도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은 다름 아닌 지방정부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긴 안목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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