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기 도입 두고 감정 대립으로 번져
농협법 관련 조항 두고도 해석 엇갈려
9월 이사회 두고 조합원들 이목 쏠려

계화농협 조합장과 이사들 간의 갈등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조합원과 농민들의 안타까움이 깊어지고 있다.
계화농협은 방제기 보유분이 2대에 불과해 농민들이 애로를 겪자 최근 1억5000만원의 국가 보조금을 받아 1대를 더 도입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이사회에 안건을 제출했으나, 이사 8명 가운데 6명이 특정 업체 기계를 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달이 났다.
이에 따라 지난 6월에 열린 이사회가 현재까지 4차례의 정회를 거듭하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들 이사들은 방제기를 생산하는 3개 업체 가운데 A업체 기계가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며 A업체가 아니면 의결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업체 기계를 밀고 있는 한 이사는 “방제기를 평가하기 위해 시연회까지 가졌는데 많은 관계자들이 A업체 제품을 선호하고 시중에 가장 많이 보급된 기계도 이 브랜드다. 또 중고가격도 타업체 기계에 비해 최고 1000만원이나 높다”고 설명하며 “그런데도 조합장이 굳이 A업체 제품만은 안 된다며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합장 측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2대의 방제기가 A업체 기계인데, 지난해 운용해 본 결과 수리와 서비스 면에서 상당히 불편했기 때문에 배제했다는 설명이다.
이석훈 조합장은 “지난 번 시연회를 하면서 나온 평가는 어느 회사 제품이나 성능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라면서 “하지만 A업체 기계는 수리를 하러 가는 데만 3시간이 걸리는데다 기왕 간 김에 전체적으로 손을 봐주면 좋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고장 난 부분만 고치는 바람에 하루 만에 또 고치러 간 적도 있다. 이번 기회에 거래 업체를 바꿔 서로 경쟁도 촉발시키고 경각심도 주자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처럼 대립이 첨예해지자 과연 이사회가 브랜드까지 지정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현재 농협법 제43조 제8항에는 이사회의 업무 가운데 “사업 집행 방침의 결정”이라는 항목이 있다. 하지만 이 조문에서 언급된 ‘방침’을 두고 이사들은 세부사항까지 포함한다는 의견인 반면, 조합장 측은 사업의 큰 줄기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브랜드 지정은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석훈 조합장은 “이사회가 모든 것을 정하면 조합장은 회의 진행만 하는 허수아비냐”고 반문하며 “나도 농협을 혁신하겠다는 소신이 있었기 때문에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이렇게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반면 일부 이사들은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8명의 이사 가운데 6명이 찬성하면 그 정도는 따라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자신이 농민이고 방제기를 써본 사람으로서 여러 면을 다 따져보고 그 제품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이사회 의결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바람에 방제기 수요가 가장 많은 7월과 8월이 지나고 결국 애꿎은 조합원과 농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이밖에 계화농협 알피씨에서 근무하는 한 계약직 직원의 재계약 여부를 두고도 양측은 대립하고 있다.
한 이사는 “이 계약직 직원은 현직인 김아무개 이사의 아들인데 김 이사가 지난 조합장 선거 때 현 조합장의 반대편에 섰기 때문에 보복인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조합장은 “현재 알피씨가 계속 적자를 보고 있어 2명의 계약직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 차원의 인원 감축을 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양측이 하루 빨리 양보와 타협으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조합장은 “이사회가 계속 의결을 미루면 총회를 열어서 결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능하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좋은 모양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 자제하고 있다”면서 “곧 열릴 이사회에서 좋은 소식이 나오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이사들도 “조합장은 승자다. 승자가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도 농협의 발전을 위해 협조할 생각이 있다”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곧 열릴 9월 이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결론을 낼지 조합원들의 기대 섞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