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기억 잘 안 나지만 전화로 얘기 했을 것”
산모 “한 번도 못 들어…알았다면 대책 세웠다”

부안읍에 위치한 한 산부인과가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등이 명시된 진료 결과를 산모와 그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모 임아무개(45)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5일 임신 16주 때 부안읍 H산부인과에서 기형아 유무를 알기위한 ‘태아 염색체 이상 및 신경관결손 검진’을 위한 채혈을 했다.
H산부인과는 다음날인 1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S의료재단, H유전연구소 등에 검사를 의뢰했고, 18일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에는 ‘다운증후군’은 위험도가 증가되어 있고 또한 ‘고령산모’이므로 다른 염색체의 수적 이상도 우려되기 때문에 ‘염색체검사’가 필요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다운증후군’은 5명 중 1명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런데 임씨는 이런 중요한 사실을 병원 측으로 부터 대면이나 전화로 고지 받은 일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H산부인과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러한 중요한 내용은 일반적으로 전화 등으로 알리기 때문에 고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고지의무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임씨가 출산 후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아이가 정상이 아닌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 출산 전까지 병원에서 태아가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한 임씨는 그동안 아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임신 기간에 지인의 권유로 8월27일 태아보험에도 가입했다. 또 그해 9월15일 전주예수병원에서 정밀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손가락 발가락 등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임씨는 자신의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임씨는 2월 중순경 아이의 숨소리가 거칠고 이상하게 들려 같은 달 19일 전주예수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진찰 및 X-ray, 염색체유전자검사를 비롯한 초음파, 채혈 검사를 받고 담당의사로부터 아이가 ‘다운증후군’이 있고 ‘심장결손’과 ‘폐동맥 협착’이라는 소견를 듣게 된다. 또 100일안에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말과 함께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에 임씨는 3월께 아이를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게 하고 의사 권유로 7월29일 방실중격결손 및 심방중격결손, 심장판막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이 났고, 3천여만원의 수술비 가운데 산전특례 혜택으로 5백만원의 수술비를 지불했다.
아기를 퇴원 시킨 후 임씨는 지난해 8월에 가입한 태아보험을 청구하기 위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 받으려고 부안 H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런데 병원 측은 그때서야 ‘다운증후군’ 및 ‘에드워드 증후군’이 있다는 ‘태아 염색체 이상 및 신경관결손 검진’ 보고서를 보여줬다는 것. 임씨는 이런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임씨는 “지난해 8월19일 남편과 병원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기형아 이상 검사에 대한 결과지도 전혀 보여주지 않고, 남편이 다 괜찮냐고 질문했는데도 특별한 말이 없었는데 이제야 관련 보고서를 보여주는지 모르겠다”며 “보고서 내용을 사전에 알았으면 우리가 태아보험에 가입할 일도 없고 또 아이의 상태를 미리 알아 대처 했을 텐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씨는 이어 “의사가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으므로 인해 우리 부부는 지금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정신적 충격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H산부인과 L원장은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다. 물론 저도 실수한 부분이 있다. ‘차팅’을 안 해놓았기 때문에. 하지만 기형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왜 전화를 안하겠느냐. 당연히 하지”라며 임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L원장은 “그래서 전화 기록을 알아보려고 했더니 일반인은 6개월, 법적으로는 1년까지만 보관이 된다고 해서 지금은 8월이고 지난해 7월의 일이라 시간 경과로 알아 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병원 측에서 산모에게 전화 등으로 연락을 했는지 여부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보인다. 현재 임씨 가족은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안 H산부인과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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