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오십팔 년이 된 낡은 건물에
어젯밤 불이 났다
모두다 tv에 열심인 10시
불은 발바닥 층에서부터 시작해서
스멀스멀 무릎 층 허리 층 어깨 층으로
팔뚝으로 손가락 발가락 층으로 번졌다
이불이 활활 타 올랐다면 119소방대가 왔겠지만
웬일인지 뭉클뭉클 검은 연기를 안으로 쏟아내며
층과 층 사이를 발화직전 온도까지만 몰고 가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소방기구래야 기껏
파스와 스프레이 소화기
견딜 수 없는 건물관리인이
옆 건물 관리인에게 도움을 청해 보지만
그 건물도 지은 지 오십칠 년이나 돼 저녁마다 비상이라지
서로 각층을 정신없이 오르내리다가
진정이 된 새벽녘 한숨 눈을 부쳤는데
낡은 건물은 어젯밤 흠씬, 퍼 나른 물에 젖어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너벅너벅 콩잎을 피워냈다지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