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이주여성, 한국 명절 상차리기 행사

매달 두어 차례씩 부안성당에서 열리는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한 행사. 부안군여성농민회가 주최하는 한글교육에 이어, 이번에는 전주여성의전화 자원활동가들이 함께하는 ‘한국의 명절 상차리기’ 행사가 열렸다.

21일 오후 1시부터 필리핀 이주여성들과 자원활동가들이 전과 꼬치용 재료들, 송편용 흰쌀덩이 등을 펼쳐놓고 둘러앉아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했다. 엄마를 따라온 대여섯살짜리 아이들도 옆에 앉아 조막만한 송편을 빚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몇몇 자원활동가들과 한국인 남편들이 아내 대신 아이 돌보기를 했다.

이날 참가한 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온 지 평균 3~4년이 됐지만 명절음식을 직접 준비해 본 경험은 아주 적었다. 시어머니가 음식을 장만하면 옆에서 거드는 정도였다.

음식을 장만한 후 이주여성들은 하나같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홍동백서 등 상 차리는 법과 차례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한국말이 아직 서툰 이주여성들은 어려운 단어들이 튀어나올 때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지만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피아(25·정읍)씨는 “필리핀에서는 추석에 묘소를 참배하고 촛불을 밝히는 행사를 한다. 명절음식은 따로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런 문화의 차이 때문에 명절 음식차리기는 이주 여성들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이기도 하다.

국제결혼 이주여성과 문화적 차이를 좁혀가는 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11월께에는 함께 필리핀 문화를 익히고 장기자랑과 공연도 벌이는 필리핀 음식문화축제를 열 계획이다. 전주여성의전화 안향옥 사무국장은 “이주여성이 한국땅에 뿌리내리는 것은 우리 것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