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을 교훈 삼겠다고 공언했던 그 마음으로 되돌아가길...

참여정부 수장인 노대통령은 며칠 전 나를 참으로 부끄럽고 누추하게 만들었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단행한 8·15대사면 명단에 내 이름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400만이 넘는 범죄자들이 혜택을 받고 각종 대형비리와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이번 사면으로 풀려났다고 하니 그야말로 착잡한 심정이다.

곳곳에서 축하전화를 걸어왔다. 황당하고 민망한 나는 잠시 몸이라도 숨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부안 군민들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누구라도 좋으니 붙들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들은 왜 이번 사면 명단에서 빠져 있는가를!

두어 걸음만 되돌아가면 이번 사면복권에서 제외된 부안 군민들은 다름 아닌 참여정부가 행한 최대 악정의 대상이었고, 그 피해자들이다. 또한 나는 3년 전 핵폐기장을 독단적으로 유치하여 온 국민의 분노와 원성을 사고 있던 김종규 군수에게 특별히 전화를 걸어 “잘했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지원해주겠다”고 했던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날은 경찰의 방패와 곤봉, 군홧발에 찍힌 수많은 군민들이 피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 간 날이기도 하다.

노대통령도 모르진 않으리라고 본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하여 그간 조사보고 된 각종 자료를 보면 부안 군민들의 핵폐기장 반대투쟁이 국가권력의 독선과 비민주적인 행태, 그리고 폭력에 저항한 정당방위였음을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여러 정부 인사들조차도 자신들이 잘못 진행하여 벌어진 일임을 인정하며 소위 ‘부안치유책’을 거론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3백여 명의 중경상자와 44명의 구속자, 불구속 입건된 71명을 비롯하여 모두가 피해자인 부안 군민은 정부로부터 그 어떤 공식적 보상도, 치유책도 받아보지 못했다.

그간 정부는 부안에 행한 잘못을 인정하고 부안을 배움터로 삼아 주민들의 합의 하에 핵폐기장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지금, 각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절차의 그 결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납득하기 어려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부안의 핵폐기장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마당에 사면복권이 되면 다른 지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이번 사면복권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해졌다. 부안 싸움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며 미래라는 사실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참여정부는 부안 군민들의 사면복권을 외면함으로써 사죄와 화합이 아니라 적대적인 선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부정과 부패는 키우고, 진실과 정의는 죽이는 한국의 정치현실. 대형범죄자들은 살리고, 삶의 터전과 고향을 지키는 이들, 생존권과 생명, 평화를 위해 일하는 풀뿌리 민중들은 꺾어버리는 행태는 이제 그만두었으면 한다. 참여정부의 불행은 곧 국민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건 사면복권의 주요 내용과 대상자들의 면면에서 드러나고 있듯 독재정권 시절의 악습이 물 흐르듯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늦진 않았다. 참여정부는 이 지역과 저 지역 주민들을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핵폐기장 정책을 그만두었으면 한다. 민주주의와 주민참여의 가면을 쓴 지금의 정책은 또 다른 부안을 낳을 게 빤하기 때문이다. 부안을 교훈 삼겠다고 공언했던 그 마음으로 되돌아가길 바란다. 아울러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핵폐기장 문제를 처리하겠다던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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